'정부 입김'에 1150억 투자했는데…회안펀드 참여한 증권사 '속앓이'

입력 2016-05-01 18:54  

한진해운·현대상선 자율협약 신청
미래에셋대우 등 5곳 손실 불가피



[ 이유정 기자 ] 회사채안정화펀드(회안펀드)에 자금을 지원한 증권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이들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의 거래 가격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1일 금융당국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회안펀드는 두 해운사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15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펀드 자산 2300억원 중 65%에 해당한다. 이 펀드엔 미래에셋대우(당시 KDB대우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5개 증권사와 증권 유관기관들이 공동 출자했다.

업계에선 해운사들의 CB와 BW가 휴짓조각이 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주가가 최근 1년 동안 4분의 1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감자까지 진행되면 펀드가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은 더 줄어든다. 회안펀드가 사들인 동부제철 채권도 투자 원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회안펀드는 2013년 7월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회사채시장안정화 대책에 따라 조성됐다.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한 기업들이 ‘회사채 신속인수’를 신청하면 채권 매입에 참여해왔다. 투자 재원 중 절반은 거래소와 예탁결제원 증권금융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 유관기관이, 나머지 절반은 자기자본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들이 마련했다. 최대 출자 규모는 총 3200억원이지만 지금까지 캐피털 콜(투자 수요가 있을 때마다 자금을 요청) 방식으로 2300억원이 집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증권사의 출자총액은 1150억원에 달한다. 출자사들은 사정이 어려운 기업의 채권에 투자하는 대신 연평균 10%에 달하는 이자 수익을 올렸다.

일각에선 정부가 부실기업 지원을 위해 민간회사를 끌어들인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에 펀드에 참여하라는 강한 압력이 있었다”며 “회사 이익에 반할 수 있는 결정이지만 거절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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