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는 계층이동·패자부활 가능한 전형"
[ 김봉구 기자 ] 주요대학 입학정원의 70~80%를 차지하는 수시전형을 줄이고 대신 정시모집 비중을 늘리자.
4·13 총선에서 정치권이 내놓은 교육 공약이 현장 목소리와 만나 힘을 얻고 있다. 새로운 전형 도입 등 대입제도 개선보다는 ‘비율 조정’을 앞세웠다. 대학 수학능력시험 성적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정시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입시의 공정성 때문이다.
다양한 전형요소로 평가하는 수시, 그중에서도 여러 비교과활동까지 고르게 보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입시경쟁을 지양한다’는 대의명분이 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교육 당국의 정책과 대학들 입시전형은 꾸준히 수시 비중을 키워왔다.
현장의 체감온도는 다르다. 주요대학의 학종 확대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분명 있다. 차라리 줄 세우기 하는 투명한 경쟁이 ‘현실적 차선책’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능이나 학력고사 체제로 돌아가지는 않더라도 정시 비중을 50% 내외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사진)는 이와 관련해 “학종도 좋은 전형이지만 정시 인원이 지금처럼 줄어드는 건 반대”라며 “정시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자”라고 제안했다.
이 이사는 “학종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학교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학종에도 찬성한다”라고 전제한 뒤 “다만 학종은 학교나 담임교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전형이다. 반면 정시는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과 패자부활이 가능하고 ‘나만 잘해도 합격할 수 있는 입시전형’이므로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학종은 고교 3년간 학생부를 꾸준히 관리해야 합격가능성이 있다. 교육적으로 좋은 취지의 전형임은 맞다. 하지만 일상적 경쟁, 사교육 유발 등 부작용과 결합할 경우 학생·학부모의 피로도를 극대화하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반면 정시는 ‘뒤늦게 철든 아이가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둔다. 이 이사가 정시 확대를 역설하는 이유다. 정시 비중이 20~30%까지 줄어든 탓에 재수생이 아닌 재학생은 정시의 좁은 문을 뚫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도 했다.
정시가 사교육 영향을 크게 받고 ‘강남 학생’들에 유리하다는 통계에 대해선 “수능이 어려우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EBS 교재 70% 연계 등 수능이 쉬워지고 인터넷강의가 보편화된 지금은 가난한 집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전형이 정시”라고 반박했다.
이 이사는 EBS 스타강사 출신이다. 이후 학원 강사를 거쳐 지금은 교육분야 민간평가기관 유웨이중앙교육에 몸담고 있다. 이같은 이력 때문에 대입제도 개선을 논의할 때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도 당부했다.
그는 “공론장에서 대입 문제를 논의할 때 ‘사교육 잡기’가 우선이 돼선 곤란하다. 사교육도 교육의 한 부분이고 현실적 수요가 있는데 사교육 막는 데 초점을 맞추면 방향이 왜곡된다”라면서 “사교육 방지보다 교육 정상화를 우선순위로 놓고 심도 있게 논의하자”라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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