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태 기자 ] “유인 화성 탐사에서 우주 방사선은 우주인에게 치명적입니다. 화성 탐사 성공과 실패를 가를 가장 큰 난제(難題) 중 하나입니다.”
존 노버리 미국항공우주국(NASA) 산하 랭글리연구소 우주 방사선 그룹장(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공릉동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 열린 우주방사선 세미나에 앞서 기자와 만나 “미국의 유인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기대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제2차 한·미 우주협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서 우주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지구를 둘러싼 밴앨런대나 태양, 먼 외계 은하에서 쏟아지는 우주 방사선은 장기간 우주에서 활동하는 우주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땅 위에서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연간 3~4밀리시버트(mSv)지만 지상 410㎞에서 지구 주위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연간 100mSv로 치솟는다.
노버리 그룹장은 “현재까지 달 탐사나 ISS에 참가한 우주인이 암에 걸리거나 건강이 악화된 사례는 없지만 왕복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화성탐사에서 우주인의 안전을 보장할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50대 남성이 최대 350일, 30대 여성이 200일간 ISS에 머문 것이 고작이다. 노버리 그룹장은 “화성 탐사 과정에서는 1000mSv 이상 방사선에 노출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영역은 여전히 미지의 연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수백명에 이르는 전문가가 우주 방사선을 연구하고 있는 이유다.
우주 방사선 연구는 의학 연구에도 활용된다. 노버리 그룹장은 “암 세포 치료 등에 활용되는 중입자는 우주 방사선보다 느리고 에너지가 낮다”며 “우주 방사선 연구를 통해 입자 치료의 새로운 실마리를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NASA와의 협력을 통해 유인 우주 개발에 필요한 전문가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첫 협력으로 올 6월 열리는 NASA 우주 방사선 여름학교에 원자력의학원 소속 의사 1명이 파견된다. 노버리 그룹장은 “미국은 화성 탐사에 필요한 여러 기술을 국제 협력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며 “한국과의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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