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율 감시'에…일본증시 3% 넘게 곤두박질

입력 2016-05-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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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가치도 장중 106엔대로 급등
18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아

원화가치는 소폭 상승 그쳐



[ 도쿄=서정환/김유미 기자 ]
일본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후폭풍으로 엔화가치가 1년6개월여 만에 최고로 치솟고, 닛케이225지수는 3% 이상 급락했다. 일본과 함께 관찰대상국에 오른 한국 원화가치는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오전 한때 전 거래일 대비 2.26엔 급등한 달러당 106.13엔에 거래됐다. 2014년 10월15일 장중 105.18엔을 기록한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달러당 엔화가치는 작년 말 대비 13.5% 상승하면서 주요 10개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엔화 강세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 우려로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11% 내린 16,147.38에 마감했다. 오전 장 한때 4.14% 급락하면서 16,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엔화가치 급등은 지난 주말 일본이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8일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서지 않으면서 엔화가 강세로 방향을 튼 데다 일본 정부의 시장 개입도 여의치 않을 것이란 분석까지 더해졌다. 지난달 15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후 “엔화 강세에도 외환시장은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의 발언이 환율보고서에도 “엔·달러 시장은 질서 있다”는 표현으로 담겼다. 시장 개입의 명분이 약해졌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G20 회의차 유럽으로 출국하는 길에 “(투기적 움직임에) 필요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지만 시장은 ‘말뿐’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오는 26~27일 일본 이세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이라는 점도 시장 개입이 힘든 이유로 꼽힌다. 시장 전문가 사이에는 연말께 달러당 100엔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마이니치신문이 121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0%(85개사)가 일본 경기가 정체 국면에 있다고 응답했다. 엔화 강세로 인해 수출기업 실적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도 많았다. 일본 제1야당인 민진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는 결과를 내지 못했고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소폭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원50전 내린 달러당 1137원80전에 마감했다. 오전 한때 환율조작국 지정은 면했다는 분석에 6원 넘게 오르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하락 쪽으로 기울었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가 몰리면서 환율 하락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6포인트(0.8%) 내린 1978.15에 마감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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