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여개 상장기업에 영향
[ 이상은 기자 ] 세계 최대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GPF)가 기업 실적이 나쁜데도 최고경영자(CEO) 연봉을 올리면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 실적과 거꾸로 가는 CEO의 고액 연봉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커지는 것을 반영해 GPF가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중앙은행 산하 투자운영위원회(NBIM)의 잉베 슬링스타드 CEO는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의 연봉체계를 주로 보고 경영진이 받는 보수의 많고 적음은 별로 따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최근 (고액 연봉) 이슈가 커지고 있어 경영진 보수 수준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GPF는 그동안 투자기업의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 문제에는 적극 관여했지만 CEO 보수 문제에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덩치 큰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이 문제에 개입하기 시작하면 ‘북유럽식’ 연봉체계가 확산될 수 있다는 글로벌 산업계의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영국, 미국과 달리 북유럽 기업의 CEO는 많은 연봉을 받지 않고, CEO 간 연봉 격차도 크지 않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운용 규모가 8700억달러(약 992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펀드다. 자금의 60%는 주식, 35%는 채권, 5%는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있다. 주식투자 자금(5200억달러)은 세계 9000여개 상장사에 분산돼 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주식투자 규모는 약 1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한 기업의 전체 주식에서 GPF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3%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지난 11년간 자산이 7배로 불어나면서 대형 투자자로서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졌다고 FT는 설명했다. 이런 GPF가 투자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면 한국의 국민연금 등 다른 주요 연기금의 투자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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