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스튜어드십 코드', 기업들 그만 좀 흔들어라

입력 2016-05-03 17:38  

금융위원회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하반기에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제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한경 5월3일자 A2면). 금융위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국민연금,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연금 등의 의결권 확대로 ‘연금 사회주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기업들로선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전경련, 상장사협의회 등 경제단체들은 그제 공동의견서를 내고 “상장기업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공개적인 의견 수렴 절차부터 제대로 거쳐야 한다”고 요구했다. 상장사들의 경영자율·책임성이 크게 훼손되고 기관투자가들도 정부의 통제 아래 놓이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검증된 글로벌 스탠더드도 아니다. 2010년 영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뒤 독일 일본 말레이시아 등 12개국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미국은 기관투자가들이 각자의 이익 추구 방식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면 된다는 이유로 도입하지 않고 있다. 금융위는 이런 제도를 설득력 없는 명분으로 도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사는 물론 모든 상장, 등록기업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최고 규제기관이다. 그래서 특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 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잘 모르는 제도라면 더욱 그렇다. 금융당국은 그동안에도 선진 제도라는 이유로 각종 기업규제를 도입했다. 지난해엔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안’을 통해 제2금융권 CEO 승계계획을 공개하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선진국에서 하는 것이면 무조건 좋다는 식의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국내 기업들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공시규제에다 경영자 연봉공개 규제까지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기관투자가들을 ‘청지기(스튜어드십)’로 만들겠다는 규제까지 등장할 판이다. 제발 기업을 흔들지 말고 그냥 좀 놔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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