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문화와 금융 (5) 파생상품
상품 거래위험 공유
기초자산價가 범위 초과 땐 계약 상대방이 가격 선택케
아직은 걸음마 단계
4년 전 국제적 표준 마련…사우디 등 일부 옵션거래
금융시장이 활발히 운영되기 위해서는 거래에 수반되는 위험에 대한 위험관리 수단인 파생상품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파생상품이란 그 가치가 주식, 채권, 화폐, 실물자산을 포함한 기초자산 가치에 의존하는 금융상품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파생상품으로는 상품을 미래에 사고파는 계약인 선물거래,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옵션, 교환을 의미하는 스와프 등이 있다. 신용부도스와프(CDO)나 부채담보부증권(CDO), 주택채권담보부증권(CMO) 등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전통적인 글로벌 파생상품시장에서는 2014년 기준으로 하루 평균 400만계약이 거래되고 있다. 총 계약 잔액은 710조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다. 전통적 금융시장에서 파생상품은 이자율, 주식가격, 환율, 상품가격 변동 위험에 대한 위험 회피인 헤지 목적 ?실제 상품거래 및 투기거래, 원래의 상품가격에 비해 고평가 또는 저평가될 때 차익을 목적으로 행해지는 차익거래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회에서 이슬람금융이 전통적 금융을 이슬람율법인 샤리아에 부합하도록 복제하는 데서 시작됐다고 말했듯이 이슬람 파생상품도 전통적 파생상품의 구조에 더해 적어도 다섯 가지 기준을 지켜야 한다. 이자와 도박성, 불확실성, 부정부패, 상대방의 무지 이용 요소를 반드시 배제해야 한다. 또 상품거래 시에는 거래하는 기초자산이 물리적으로 반드시 존재해야 하고, 판매자는 자산 소유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고려하면 파생상품의 거래는 이슬람금융에서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전통적 금융시장의 파생상품인 무형의 권리를 사고파는 옵션, 거래 시점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상품을 미래 시점에서 인도하는 선물계약 등은 이슬람 파생상품을 활용할 때 그대로의 형태로는 거래되지 않는다. 그러나 파생상품이 상거래나 금융거래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헤지하는 기능을 하는바 이슬람금융에서도 파생상품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이슬람 파생상품은 전통적 파생상품의 기능을 충족하되 샤리아의 원리에 맞게 변형해 사용하도록 고안됐다.
현재 시점에서 계약을 통해 미래에 상품을 거래하는 선도(선물)거래는 이슬람 계약 형태인 살람과 이스티스나를 통해 복제된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상품의 미래 인도를 위한 계약인 살람과 주문 제작을 위한 이스티스나 계약은 계약시점에서 금액, 인도 시기가 정해지는 형태이므로 전형적인 선도거래다.
다음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옵션거래는 미래가격의 불확실성(옵션 가치가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달라지므로)과 위험공유 없는 수익 금지의 원칙에 위배돼 이슬람 파생상품으로는 불가능한데,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위험공유의 원리를 추가한 상품을 만들면 옵션으로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옵션상품에는 이스티라르가 있다. 이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범위를 초과하면 계약상대방이 거래가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옵션)를 제공하는 것이다. 선택권(옵션), 기초자산의 평균가격과 무라바하(비용추가 가격) 계약 형태를 합성한 것이다. 예를 들어 수출용 원재료 구매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은행에 무역금융 대출을 신청(무라바하)할 때 은행은 기업이 필요한 원재료를 구매(실제로는 기업이 은행의 대리인으로서 직접 원재료 구매)해 3개월 뒤 대금을 받는 조건으로 기업에 재판매한다. 3개월 뒤 원재료 값이 상승해 일정 가격(P*=원재료 구매가격+은행수수료)을 초과하면 기업은 은행에 P*를 상환할 수 있다. 가격이 양자가 미리 정한 가격범위 내에 있으면 3개월간 평균가격으로 상환대금을 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기업에 부여하는 계약이다. 이 경우 기업은 은행으로부터 원재료 구매자금을 대출받고 그 상환 가격의 변동 위험을 은행과 기업이 서로 공유해 적절한 위험관리가 가능한 것이다.
이슬람 파생상품의 시장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한 번 파생상품이 발생하면 증권시장에서 수차례 거래되는 전통적 파생상품과 달리 시장에서의 투기적인 거래가 불가능하므로 그 거래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슬람금융이 가장 발전된 말레이시아에서 파생상품이 주로 발행되고 있으며, 이익률스와프(고정이자율과 변동이자율을 교환하는 전통적 파생상품의 이자율스와프에 해당)와 통화스와프(두 나라의 화폐를 서로 교환)가 가장 많이 활용된다.
이슬람 파생상품의 발전을 위해 2010년 3월 전통적 파생상품의 기준을 정하는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와 국제이슬람금융시장(IIFM) 간 표준화된 파생상품거래 약관을 제정했다. 2012년 3월에는 이익률스와프 표준약관이 제정돼 비로소 이슬람 파생상품의 상용화를 위한 국제적인 토대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가 샤리아에 부합하는 파생상품규정을 제정했고, 미국 JP모간이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을 이전하는 4000만달러의 이슬람 총수익스와프(TRS)를, 두바이 전선회사(Ducab)가 매년 7억달러에 해당하는 구리가격 고정 옵션을, 카타르 이슬람은행이 카타르 전력공사와 수익률 스와프계약을 체결하는 성과가 나왔다.
이슬람 파생상품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그러나 이슬람권 정부와 기업, 가계 자산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샤리아에 부합하는 파생상품 출시와 실행이 점차 표준화되면서 이슬람 파생상품 시장도 필연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파생상품에 대한 샤리아 학자 간 이견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파생상품 시장의 발전 단계를 고려할 때 우리 금융기업이 도전해볼 매력적인 영역이다.
정영천 <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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