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차르’소리 들으며 전권 휘둘렀지만…
김 대표 측 “친노·운동권에 팽(烹)당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체제가 4개월 가량 연장된 것을 두고 ‘바지사장’의 한계를 지적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더민주는 지난 3일 국회의원 당선인-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언제 열 것인지를 놓고 논의한 결과 ‘8월 말~9월 초’ 방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김종인 대표 체제를 더 끌고 가자는 전대연기론과 조기전대론이 맞선 결과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김 대표는 4·13 총선을 석달 가량 앞둔 지난 1월 14일 문재인 대표의 요청에 따라 더민주에 합류했다. 당시 문 대표는 위기에 몰렸다. 당내에서 안철수 의원을 따라 탈당행렬이 이어졌다. 문 대표를 향한 비주류들의 거센 공세가 이어졌다. 문 대표는 결국 1월17일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시키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 대표는 관리형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차르(옛 러시아 황제)’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전권을 휘둘렀다. 당의 실질적 주인인 친노무현계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김 대표가 공천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자기사람을 심으며 ?확장을 꾀한다고 보고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지난 3월22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구기동 자택 칩거에 들어갔다. 문 전 대표가 경남 양산 자택에서 급히 서울로 올라와 설득에 나섰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김 대표가 아직 물러날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당 관계자는 말했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간청’을 받아들여 당무에 복귀했다. 김 대표의 힘은 더 세졌다.
총선이 끝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김 대표에 대한 친노의 견제가 본격 시작됐다. 전대 연기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김 대표와 친노의 좌장 문 전 대표가 충돌했다.
내심 연말까지 대표직 유지를 기대한 김 대표와 달리 친노계와 전대 출마 후보군을 중심으로 6월말~7월초 ‘조기 전대론’이 터져나왔다. 총선 직후 김 대표 ‘합의추대론’이 불거졌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문 전 대표는 “현 상황에 합의추대가 가능하지 않고 김 대표가 경선에 불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 대표는 연석회의 발언에서 “더민주에 올 적에 당 대표가 더 되려고 생각해서 온 사람이 아니다. 당 대표에 추호의 관심도 없다”며 “그런 사람을 놓고 추대니 경선이니 얘기 듣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에게 내년 대선때까지 역할을 해달라고 했지만 결국 ‘바지사장’은 오너인 친노계에 밀려 중도에 역할을 그만두게 됐다는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바로 그만두지 않고 약 4개월간의 말미를 준데 대해 더민주의 한 의원은 ‘김 대표의 명예퇴직’이라고 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는 총선 후 인격적 모독에 대한 마음의 상처가 깊다. 총선 결과가 이만큼 나온 것은 김 대표의 공이 컸는데, 문 전 대표와 친노·운동권에 팽(烹) 당한 것 아니냐”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4일 “(문재인 전 대표가 김 대표와)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한다고 팽(烹)시킨다는 것은… (더민주에) 그만한 능력을 가진 분이 없다”고 말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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