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자본확충 TF 첫 회의] 정부·한은 "돈 넣겠다…대신 산은·수은도 고강도 자구계획 내라"

입력 2016-05-04 17:36  

"국민부담 최소화"…감원·연봉삭감 등 압박
산업은행, KAI 주식 5000억 수출입은행에 출자 검토



[ 이태명/김주완/김일규 기자 ]
4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무역보험공사 회의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두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위한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가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열렸다. 회의에는 기재부 실무진을 비롯해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 양현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송문선 산업은행 부행장, 신덕용 수출입은행 부행장 등 6개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격론이나 큰 의견 차는 없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한국은행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국책은행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동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6월 말까지 방안 마련”

TF 회의에서는 먼저 산은과 수은의 경영 현황을 점검했다. 두 뮨?뵉敾?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부실채권 보유액, 충당금 적립 규모 등을 각각 보고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부실로 두 은행이 막대한 충당금을 쌓았지만, 충당금 적립률이 78.7%(산은)와 79.8%(수은)로 매우 낮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10여가지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대우조선해양 등의 부실이 더 커졌을 때를 가정해 국책은행이 떠안을 부실채권 규모를 조목조목 짚었다.

자본 확충의 전제조건으로 ‘국민 부담 최소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부실기업 관리를 소홀히 한 산은과 수은에 인력 감축, 연봉 삭감 등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파악하지 못한 산은·수은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출입은행도 코코본드 추진

2차 TF 회의는 이르면 다음주 열린다. 정부는 보유 중인 공기업 지분을 현물출자하거나 예산을 동원하고, 한은은 두 국책은행에 직접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음 회의에서 수은에 대한 한은의 직접 출자를 강하게 요청할 방침이다. 특히 한은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수은이 직접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해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코본드 발행을 통해 정부도 수은 자본 확충에 나설 테니 한은도 수은에 출자해 달라고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현행법상 수은은 코코본드를 발행할 수 없는데, 관련 규정(은행업 감독규정)을 바꿔 허용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아울러 수은에는 이르면 이달 중 산은이 가지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 26.75% 가운데 7.6%(약 5000억원어치)를 출자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출자가 마무리되면 수은의 자기자본비율은 10%대 초반으로 올라간다.

산은은 당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 주식 5000억원어치를 수은에 출자하려고 했으나 양도차익에 따라 500억원가량의 법인세를 내야 할 상황에 처하자 KAI 주식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LH, KAI, 한국전력 등 산은이 보유한 모든 주식을 대상으로 가장 효과적인 출자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명/김주완/김일규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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