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세션스 상원의원
FTA 재검토 등 외교정책 밑그림
각국 대사들 잇달아 면담 요청…'트럼프 내각'서 법무장관 거론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뉴욕 토박이로 수십년지기 친구
경선서 막말 파문 때마다 두둔…트럼프 집권 땐 국방장관 유력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뒤엎고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로 확정되면서 그의 곁에서 경선을 승리로 이끈 책사(브레인)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워싱턴 정가와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는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앨라배마)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꼽히고 있다. 세션스 의원은 현재 캠프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위원회 의장을, 줄리아니 전 시장은 캠프 밖에서 정치 고문으로 트럼프를 돕고 있다.
세션스, 트럼프의 ‘정치적 동지’로 주목
세션스 의원은 미국 의회에서 맨 먼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뒤 캠프에서 외교안보 정책개발에 깊숙이 개입해왔다. 본인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 국가안보위원회 멤버도 직접 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멕시코 장벽설치, 자유무역협정(FTA) 전면 재검토 등 ‘신(新)고립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외교안보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고 구체적인 정책을 다듬고 있다. 현대자동차 미국 공장 소재지인 앨라배마를 지역구로 둔 그는 당초 자유무역협정을 지지하다 캠프 합류 후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5일 미 상원 전체회의에서 “한·미 FTA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만 늘어났다”며 “비슷한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한다”고 발언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세션스 의원을 트럼프에게 귓속말로 얘기할 수 있는 캠프의 ‘좌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세션스 의원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에 나와 있는 각국 대사가 20명 넘게 면담 요청을 해놨다는 후문이다. 앨라배마주 검찰총장 출신인 세션스 의원은 차기 법무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지명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수십년지기 줄리아니 ‘실세’ 평가
세션스가 트럼프의 ‘정치적 동지’라면 줄리아니 전 시장은 트럼프의 수십년지기 친구이자 정치 멘토로 알려졌다. 뉴욕에서 트럼프보다 2년 먼저 태어난 ‘뉴욕 토박이’ 줄리아니는 트럼프와 젊었을 때부터 교류해왔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트럼프가 경선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말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의 근거로 “9·11 테러 당시 뉴저지에서 수천, 수만명의 아랍인이 환호하는 것을 봤다”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휘청거렸다. 그때 줄리아니 전 시장이 TV에 출연, “약간 과장이 있지만 그 당시 환호하는 아랍인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고 그를 두둔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9·11 테러 때 뉴욕시장으로 재직하며 사고에 의연하게 대응해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고, 2007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초반 지지율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플로리다주 등 주요 경선지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썼다가 실패해 중도 하차했다. 줄리아니는 이번 경선 때 트럼프에게 초반부터 전력 질주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캠프에 가까운 한 워싱턴 싱크탱크 관계자는 “세션스 의원이 외교안보 쪽에서 무게 있는 역할을 한다면 줄리아니는 트럼프와 하루에도 수차례 통화하고 만나면서 경선 전반을 상의하는 사이”라고 전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은 트럼프 집권 시 국토안보부 장관 또는 국방부 장관으로 차기 정부에 입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캠프는 그동안 공화당 주류에서 배척받았기 때문에 전·현 민주당 정권에서 온 참모로 북적거리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캠프보다 한산한 모습”이라며 “그런 캠프에서는 힘의 세기가 금세 드러나는 편”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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