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앨 도로에 수십억 써야 할 판…광화문광장 확장 '딜레마'

입력 2016-05-0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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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기자의 서울시는 요즘…

부실공사로 도로 곳곳 깨져
대대적 보수 계획 세웠는데
박 시장 "도로 없애 광장 확장"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광화문광장 옆 차도를 없애고 광장을 넓힌다는 게 사실인가요? 그렇다면 도로 보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광화문광장 확장 계획을 밝힌 다음날인 4일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박 시장은 광화문광장과 세종문화회관 사이 도로(편도 5차로)를 없애고 광장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새로 들어서는 광장에는 조선시대 육조(六曹)거리를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광화문광장은 2008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때 광화문에서 세종로사거리·청계광장(740m)까지 34m 폭으로 조성됐다. 왕복 16차로이던 도로를 10차로로 줄이고 중앙에 광장을 배치했다. 옛 육조거리의 역사적 분위기를 살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차도에는 아스팔트 대신 화강석을 깔았다.

화강석이 깔린 광화문광장 옆 세종로는 개통 직후부터 도로가 주저앉고 돌이 깨지면서 곳곳이 파손되기 시작했다. 도로 포장업체가 돌과 돌 사이를 모래로 채워 각각의 돌이 차량 무게를 견디도록 하는 기존 설계 대신 시멘트로만 돌을 고정하도록 하는 등 부실 시공한 데 따른 것이다. 2012년 감사원 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됐다. 하루 평균 10만대에 육박하는 많은 교통량도 도로 파손의 한 원인이다.

서울시가 201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광화문광장 차도 유지·보수를 위해 투입한 금액은 25억원에 이른다. 보수 비용은 2011년 2억원에서 지난해 9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시는 지난해 말부터 전문가들과 함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광화문광장 차도 석재포장을 전면 교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국가상징거리인 세종로가 더 이상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박 시장의 광화문광장 확장 방침에 따라 도로 보수 계획도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세종문화회관 옆 도로를 없애고 광장을 늘린다고 해도 심하게 파손된 세종로(광화문광장과 KT사옥 사이 5차로)를 방치할 수만은 없는 것도 서울시의 고민거리다. 광화문광장 확장 사업이 실현되기 위해선 중앙정부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 추진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시 고위 관계자는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도로 보수를 위해 수십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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