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 취소할라" 애타는 조선 빅2

입력 2016-05-0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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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구계획 일괄 요구에 "고객사가 재무상태 의심"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자구 노력 한창인데 정부가 오히려 '수주절벽' 부추기나"

업계 "정책실패 탓…"
"정부, STX조선 살려 덤핑 관행 불러왔다"



[ 도병욱 기자 ]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채권단 관리를 받지 않는 대형 조선회사도 자구계획을 제출하라는 정부 요구가 선박 수주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해외 발주사가 정부의 자구계획 제출 요구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부실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조선사의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조선사 영업담당자는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된 뒤 일부 발주사가 회사 재무상태가 건전한지 문의했다”며 “사실상 채권단 관리를 받는 게 아니냐고 묻는 발주사도 있었다”고 5일 전했다. 이 담당자는 “발주사 사이에서는 ‘한국 조선사의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돈다고 한다”며 “발주사가 당분간 한국 조선사에 선박 발주를 하지 않으려 하거나 진행하던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주가 눈에 띄게 줄었는데 정부가 ‘수주절벽’을 부추기는 정책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방향을 발표하면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자구계획을 내라고 요구했다.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이미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자구계획 제출 요구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10월 임원 30%를 줄였고, 지난해 1월 직원 5%(약 1300명)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다시 임원 25%를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오는 9~15일에는 사무직 및 연구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보유 주식 매각 등 자본 확충 노력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3조900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했고, 올해 2조1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부터 상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조만간 추가 희망퇴직을 받을 계획이다. 2014~2015년 약 1500명을 내보냈지만, 추가로 인력을 더 줄이겠다는 설명이다. 사외 기숙사와 수원사업장, 당진공장 등을 매각해 약 1000억원을 확보했다.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과 유가증권을 추가로 팔아 2200억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올 1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32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10분기 만의 흑자전환이다. 삼성중공업도 6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각 221%와 306%다. 반면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은 1분기 263억원의 적자를 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7307%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산업을 위기에 빠뜨린 공급과잉은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 실패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그 책임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대형 조선사 영업담당 임원은 “2012년 이후 자금난에 시달리던 STX조선이 낮은 가격으로 수주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조선업계에 덤핑 관행이 자리 잡았다”며 “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STX조선을 살려놓는 바람에 생산설비 규모를 줄일 기회를 놓쳤고, 지금의 어려움을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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