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정운천 "감성 호소가 유권자 마음 움직였죠"

입력 2016-05-05 19:55  

정운천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

"함거 유세·꼬끼오 함성…발상의 전환
나는 행동주의자, 신념 있으면 실천…'사즉생' 각오로 참다래 농장 개척"



[ 홍영식 / 김기만 기자 ] 전북서 30년 만에 ‘보수 깃발’
‘서부시대 개척’ 했으니
지역주의 허무는 후발주자 잇따를 것
2012년부터 주민들과 셀카
지금까지 2만5000명 달해

‘천사불여일행’이 좌우명
농산물 개방 대응 ‘유통사업단’ 조직
참다래 성공사례 초등 교과서에 실려
사업 성공…농식품부 장관 발탁 계기

2008년 광우병 파동…장관 물러나
주변의 “시위현장 가지마라” 만류에도
직접 찾아 설득…‘돈키호테’ 별명 얻어
MB정부 때 도지사 출마로 정계에 입문
정치개혁, 행동으로 앞장설 것

쌍발통 수레와 함거(檻車·죄인을 호송하는 수레), 꼬끼오 소리지르기, 셀카(셀프카메라)….

야당 텃밭에서 그냥 얻은 승리가 아니었다. 정운천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62·전북 전주을)는 자신의 선거전략부터 소개했다. 여당 불모지에서 어떻게 하면 유권자의 이목을 끌까 몇날며칠 고민 끝에 나온 전략이었다. 선거 전략치곤 엉뚱하고 생소했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전북지사)와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뒤 4·13 총선에서 3수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보수 성향 후보가 전북에서 당선된 것은 1996년 총선 때 강현욱 전 전북지사가 신한국당 후보로 군산을에서 당선된 뒤 20년 만이다. 공고한 지역주의 벽을 허물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새누리당 불모지였기에 선거 과정에서 그가 겪은 어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 된장찌개·오리주물럭 전문 음식점 ‘송원정’에서 만난 정 당선자는 “감성에 호소하고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이게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인 일등공신”이라며 자신의 독특한 선거전략을 차례로 얘기했다.

특정 정당 독식이 지역 발전 가로막아

“도지사 도전에 나섰을 때 특정 정당이 독식해선 지역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잘 알릴까 고민했습니다. 바퀴 크기가 다른 수레를 준비해 주민들 앞에서 직접 끌었어요. 짝이 맞지 않으니 빙글빙글 돌기만 했지요. 전북 발전을 위해선 특정 정당 의원만으로 안 된다고 설득했습니다. (전북 지역) 시장, 군수, 도의원, 시의원 등 당선자 222명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은 한 명도 없向楮? 껍데기는 민주주의인데 속으로는 완벽한 지역 일당독재였습니다.”

수레 이름과 관련, “쌍바퀴는 재미가 없고, 쌍발통이 확 와닿더라”고 했다. 그는 ‘꼬끼오 소리지르기’ 전략도 소개했다. 정 당선자는 “도지사 선거 준비를 몇 달간 해도 좀체 지지율이 안 오르더라”며 “유권자에게 뭘 호소하면 먹힐까 고민하다 새벽에 샤워하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새벽을 깨우는 게 수탉의 꼬끼오 소리잖아요. 어둠 속의 전북을 깨운다는 의미로 TV 생방송 토론을 시작하자마자 냅다 꼬끼오라고 소리를 질렀더니 시청자들이 깜짝 놀랐죠. ‘전북의 새벽을 깨우는 정운천이 왔습니다’라고 외쳤지요. 가는 곳마다 꼬끼오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냥 다닐 땐 쳐다보지도 않던 주민들이 시선을 주기 시작했어요.”

그의 셀카 전략은 지역에서 유명해졌다. 정 당선자는 “유권자를 기억하기 쉽지 않더라. 그래서 휴대폰 셀카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셀카를 함께 찍어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내준 주민은 약 2만5000명이다.

정 당선자는 도지사 선거에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주 이전을 공약했다. 2011년 5월 LH가 전주가 아니라 경남 진주 이전이 결정되자 함거를 제작해 흰옷을 입고 그 안에 들어가 앉아 ‘석고대죄’한다며 지역을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쇼하지 말라는 욕도 들었죠. 사흘 정도 지나니 짜장면값 하라며 3000원을 주거나, 주먹밥을 건네주는 할머니도 있었어요. 2, 3일 만에 청와대에서는 그만하라고 했지만 1주일을 버텼습니다.”

정 당선자는 3년 전부터 송원정 단골이라고 했다. 선거 유세 중 추옥금 송원정 사장을 만나 셀카를 찍으면서 알게 됐다고 한다. 추 사장은 “정 당선자는 항상 된장찌개를 주문한다”고 했다. 송원정의 밥상은 된장찌개와 김치, 작은 굴비 등 일반 가정집과 다를 바 없었다. 두부와 조개, 버섯이 들어간 된장찌개는 자극적이지 않고 시원하고 담백했다.

정 당선자는 “내가 농림부에 ‘식품’을 추가해 농림수산식품부로 하자고 제안했고, 장관을 지냈다”며 “된장찌개는 최고 발효식품이다. 이 분야 전문가인 만큼 밥을 아무데나 가서 먹지 않는다”고 했다. 이 집을 단골로 선택한 이유였다.

5년 동안 비닐하우스에 기거

정 당선자는 대학(고려대 농업경제학과)을 졸업한 뒤 전남 해남으로 내려갔다. 비닐하우스에 방을 만들어 5년여 동안 기거하며 참다래 농장을 일궜다. 참다래는 키위의 한국식 이름으로 정 당선자가 그렇게 바꿨다. 국내 1호 농민주식회사인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을 설립했고, 2600여 농가가 참여했다. 정 당선자는 ‘참다래 아저씨’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의 성공사례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

참다래 농장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인촌 김성수 선생과의 인연을 들었다. “인촌이 태어난 방(전북 고창 부안면 봉암리)에서 내가 태어났어요. 인촌이 일본에 가면서 집 관리를 제 아버지에게 맡겼죠. 그분의 어록에 ‘최첨단 아니면 최고로 낙후된 곳에 가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최첨단을 선택하면 1등을 못할 것 같아 제일 낙후된 곳에 갔죠. 6400평 논밭을 빌려 시작했습니다.”

인연도 없는 곳에 가서 농사짓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질문에 그는 자신의 좌우명인 ‘천사불여일행(千思不如一行·천 번 생각하는 것보다 한 번 행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을 언급했다. 그는 “농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굳은 신념이 있다면 이를 실천에 옮겨야 옳다고 생각했다. 내 좌우명은 책을 보고 터득한 게 아니라 실천하면서 체득했다”고 말했다.

위기도 맞았다. 정부가 1989년 단계적 농산물 수입개방 계획을 발표했다. 키위도 포함됐다.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死則生)’ 정신으로 버티기로 마음을 다잡고 키위 농가를 하나로 묶어 대응했지요. 그래서 참다래유통사업단이 탄생했어요. 백화점 직판행사가 장안의 화제를 낳으면서 성공을 거뒀지요.”

이런 성공 사례가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되는 계기가 됐다. 2007년 대선을 앞둔 11월7일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인 안국포럼에서 열린 농업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보조금 주고, 쌀 직불금 더 늘리는 식으론 농업이 다 망한다. 돈 한 푼 안 드는 제안을 하겠다. 농업에 ‘식품’하나만 집어넣으면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선거 캠프 참여를 요청했고,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추위 한 번 안 만나고 코 찌르는 향기 얻을 수 있나…

송원정의 또 다른 주메뉴인 오리주물럭이 올라왔다. 쫄깃하고 고소한 식감이 입안에 와 닿았다. 그의 농식품부 장관직은 순탄하지 않았다.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파동이 터졌다. 그는 2008년 6월10일 장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쳄㎸痔恙?가 “목숨 걸고 왔다. 건강에 문제가 안 된다. 믿어달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때 ‘돈키호테’란 별명을 얻었다.

광우병 파동으로 농식품부 장관에서 물러났다. “마음을 다잡으려 100일 동안 전국 순례에 나섰죠. 마지막 행선지가 경북 안동 도산서원이었어요. 퇴계선생 16대 종손이 당나라 고승 황벽선사의 시를 소개했어요. ‘불시일번한철골(不是一番寒徹骨) 쟁득매화박비향(爭得梅花撲鼻香).’ 뼈를 깎는 추위를 한 번 만나지 않았던들 어찌 매화가 코를 찌르는 향기를 얻을 수 있었겠느냐는 뜻이죠. 속된 말로 ‘뿅’ 갔죠. 혹독한 고통을 분노로 삭여서야 되겠느냐며 마음을 추스르고 전국 강연에 나섰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권유로 도지사 선거에 나서면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4·13 총선의 의미에 대해 “지역 장벽을 깨는 시발점이 됐다. 서부개척시대의 모험을 한 셈인데, 한 번 개척했으니 지역주의를 허무는 후발주자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했다.

석패율제(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자 가운데 득표율이 높은 낙선자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제도) 도입 같은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동주의자’답게 정치개혁에 앞장설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자 휴대폰을 꺼내들고 기자에게 “서울에서 힘들게 내려왔는데 기념으로 셀카를 찍자”고 했다. “습관이 돼서….”

■ ‘현장 속에 답이 있다’ 신념…농업선택 외길 인생 정운천

정운천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는 ‘현장 속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농업을 선택해 외길 인생을 걸었다. 참다래유통사업단 대표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시절 ‘현장 속으로’ 운동을 줄곧 폈다. 책상에 앉아 머리만 굴려서는 답이 안 나온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한 봉지에 고구마를 몇 개 담을 것인지,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지 정할 때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수시로 드나들며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은 과감히 가지치기해 기존 업무를 약 30% 줄여 그만큼의 인력을 농촌 현장에 투입했다. 그의 현장 농정 구현은 미국산 소고기 파동으로 약 4개월 만에 하차하면서 이뤄지지 못했다.

△1954년 전북 고창 출생 △1973년 익산 남성고 졸업 △1981년 고려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1981년 전남 해남서 참다래 재배 △1988년 과수부문 농어민후계자 선정 △1989년 한국참다래협회 창립 △1990년 참다래유통사업단 설립 △1999년 농림부 신지식농업인 선정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2010년 새누리당 최고위원 △2010년 전북지사 선거 출마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 △2016년 20대 국회의원 당선(전주을)


■ 정운천 당선자의 단골집 송원정
된장찌개·오리주물럭·닭볶음탕이 주 메뉴

송원정은 2013년 전북 전주시 효자동에 문을 연 된장찌개와 오리주물럭 전문점이다. 전북교육청 정문에서 동암고 쪽으로 가다가 오른쪽 골목길로 들어가면 간판이 보인다. 인근 교육청 직원이 주로 찾으며 각종 모임 장소로 예약하는 사람도 많다.

주메뉴는 오리주물럭(한 마리 5만원)과 된장찌개(1인분 7000원)다. 닭볶음탕(한 마리 4만원)도 주요 메뉴다. 점심시간에는 이들 메뉴 외에 김치찌개(1인분 7000원)를 찾는 사람도 많다. 음식 재료는 대부분 인근 지역에서 구입한다. 완도에서 가져온 다시마로 육수를 낸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50분~오후 10시. (063)222-6013

전주=홍영식 선임기자/김기만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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