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서도 언어장벽 '곤욕'
[ 고윤상 기자 ] 지난 4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1층 안내실 앞. 한 중동계 남성이 영어로 된 안내판을 한참 찾다가 끝내 안내원에게 영어로 길을 물어봤다. 안내원이 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당황하자 옆에 서 있던 한 남성이 안내원 대신 영어로 길을 알려줬다. 그 외국인은 “법원 입구부터 영어로 된 안내 문구 하나 찾을 수 없었다”며 “외국인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는 법원”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90만명(3월 말 기준)을 넘어서면서 법원을 찾는 외국인 숫자도 많아졌지만 국내 법원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내국인 전용’ 법원을 벗어나 늘어나는 외국인 사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정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외국인이 피고인으로 접수된 형사 사건은 2012년 3243명, 2013년 3563명, 2014년 3789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그만큼 외국인이 재판에 서는 일이 많아졌지만 재판 과정에서 언어 장벽으로 인해 해당 외국인은 물론 담당 판사까지 곤욕을 치르기 일쑤다. 일반 통역과 재판 통역의 汰?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재판 시간이 2배 이상 길어지는 것은 물론 통역인이 세부적인 내용을 생략하거나 비언어적 표현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아랍어처럼 아예 모르는 언어는 들리는 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일반 통역은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요약’해서 전달한다.
반면 재판은 세세한 내용은 물론이고 표정이나 자세 등 비언어적 표현이 유무죄를 가르기도 한다. 때문에 재판의 특성을 이해한 ‘재판형 통역’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전국에서 형사재판 통역인으로 일하는 1736명(지난해 말 기준)이 모두 재판에 맞는 통역을 하기엔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외국인 친화’ 법원도 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는 민원인 안내부터 전화를 통한 제3자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정에서도 형사재판 경험이 풍부한 전문 통역인이 통역을 맡고 있다. 외국인 사건이 늘면서 관련 경험이 축적된 결과다. 경기 안산시에 사는 외국인은 3월 말 기준 7만4408명으로 안산 전체 인구(69만5477명)의 10.7%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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