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6년 만에 노동당대회] "김정은 당 최고수위로 추대"…핵 자랑하며 '3대 세습 대관식'

입력 2016-05-06 18:11  

문 잠그고 당대회…개회사 심야 녹화방송

김정은 "70일 전투로 최대 성과" 자화자찬
이례적 양복 차림…김영남·황병서 좌우에
당 규약 개정 예고…'핵 보유국' 명시할 듯



[ 박상익/정태웅 기자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 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6일 제7차 당대회에서 핵·미사일 개발과 70일 전투의 성과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대북제재에 굴하지 않고 ‘마이 웨이’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제1비서는 최고 지위 추대를 통해 ‘김정은 시대’의 본격 개막을 선언하고 향후 북한의 노선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이날 밤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방영된 당 대회 개회사에서 “이번 대회는 우리 당과 혁명발전에 뚜렷한 자욱을 남기는 역사적인 대회로 주체혁명 위업의 종국적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총진군대회가 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올해에 우리 군대와 인민은 반만년 민족사에 특기할 대사변이 되는 첫 수소탄시험과 지국관측위성 광명성 4호 발사의 대성공을 이룩하여 주체 조선의 존엄과 국력을 최상의 경지에서 빛내었으며 충천한 그 기세로 충정의 70일 전투를 힘있게 벌여 사회주의 건설의 전역에서 빛나는 위훈을 창조하고 전례 없는 노력적 성과를 이룩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온 나라 천만 군민이 참여한 70일 전투로 인민경제 모든 부문에서 최대의 성과, 최고의 비약을 이룩하고 당이 제시한 70일 전투 목표를 빛나게 넘쳐 수행하는 혁혁한 전과를 거두었다”고 했다. 철도 운수 부문에서 수송량을 늘리고 화학 농업 경공업 등 많은 분야에서 현대화와 국산화를 이뤘다는 것이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국가적 위상을 세웠다며 핵주권국가로 대내외에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헌법에 핵 보유국이란 표현을 넣은데 이어 이번에 노동당 규약에도 같은 표현을 명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또 70일 전투의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와 민생을 챙기겠다는 뜻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핵·경제 병진노선’을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에 조금 더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그는 특히 “제국주의 세력과 단독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의 사회주의 형제국가가 더이상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대화보다는 핵을 앞세워 미국 등과 대결로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당 대회에 그는 인민복이 아닌 검은색 양복 정장과 회색 넥타이, 뿔테안경을 갖춘 차림으로 나타나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또 주석단 김정은의 옆자리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앉았다. 김영남 위원장은 이번 당 대회에서 세대교체가 예고됐으나 주석단에 위치함으로써 일단 건재를 과시했다. 현재 북한내 권력 서열 2위인 황병서 정치국장은 여전히 김정은의 신임을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를 비롯해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 총화, 당규약 개정, 김정은 제1위원장의 당 최고수위 추대, 당 중앙지도기관의 선거 등이 다뤄질 것이라고 조선중앙TV는 전했다. 김정은이 국가 주석이나 당 총비서가 아닌 새로운 직책을 맡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34세의 어린 나이에 권력자 자리에 오른 데다 자신의 고모부를 숙청한 김정은은 이번 당 대회를 인적 쇄신의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을 선출하는 당 대회에서 얼마나 젊고 새로운 인물들이 자리를 채울 것인지도 관심사다. 특히 ‘백두혈통’인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당 대회 과정에서 부장으로 승진하거나 다른 고위직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당 대회는 각급 당 대표들에서 선거된 3467명 대표자와 200명의 발언권 대표자가 전원 참여했다고 김정은은 밝혔다. 또 당 정치 일꾼 1545명, 군인대표 719명, 국가행정경제일꾼 423명, 근로단체 일꾼 52명 등이라고 전했다.

박상익/정태웅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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