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신공개천명(脫神功改天命)’이란 글귀가 있다. ‘신(神)이 할 일을 빼앗아 천명(天命)을 고친다’는 뜻이다. 이 가슴 설레는 말 속엔 하늘과 땅과 사람의 같은 호흡이 있다. 하늘이 생명을 내리고 땅이 키우고 사람이 여물어가는 이 세 박자 속에서 건축물은 사람을 키우는 땅의 역할을 한다. 얼음이 용기의 형태에 따라 그 모양이 변하듯, 사람을 담는 그릇에 따라 네모, 세모, 동그라미의 사람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내가 머무는 자리가 곧 나 자신인 셈이다.
부엌(?) 싱크대 하나를 놓기 위한 제대로 된 풍수 설계 예는 이렇다. 싱크 ?길이 2m 37㎝는 인간 신체 길이로 7척 9촌이다. 척(尺)은 팔마디 길이 30㎝이고, 촌(寸)은 손마디 길이 3㎝다. 7이라는 숫자는 하늘의 생명을 주관하는 북두칠성을 뜻하고, 9는 땅의 구주(九州)와의 평안한 조응을 뜻한다. 너비 120㎝는 4척인데 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온전한 사시(四時)를 넣어 불변하는 자연의 흐름을 차용한다. 조리기구 한 개의 크기는 1척 2촌으로 정하여 12시간을 상징하게 만들고 일(日)과 월(月)의 음양을 넣기 위해 2구짜리 가스렌지를 놓는다. 즉 부엌 싱크대 하나에 별, 달, 해의 운행과 천지 자연의 조화가 들어가는 설계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음식동원(飮食同原)이라 했다. 약도 되고 독도 되는 사람의 기운을 만드는 부엌을 함부로 설계할 수 없는 이치가 이곳에 숨어 있다. 하물며 사람의 품성을 길러내는 집 전체와 내 가족의 생계가 달린 일터는 또 어떠하겠는가.
경제성의 원리로만 지어지는 건축물은 인간의 유익에 한계가 있다. 사람의 기본에 충실한 건축물일수록 시간이 그 가치를 평가하고 사람을 이롭게 한다. 아는 이는 알고 모르는 이는 모르는, 그러나 그 결과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비밀의 문이 건축 풍수 설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유행이 아닌 세월이 묵혀 만들어온 자연의 법칙으로 말이다.
강해연 < KNL 디자인그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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