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별세
구인회 LG창업주 도와 사업
6선 의원…국회부의장까지 역임
LS로 독립 후 공동경영 큰 힘
[ 김현석 기자 ]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는 하던 일이 막히면 늘 셋째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을 찾았다. 1950년대 럭키크림 후속작인 투명크림을 개발할 때, 잘 깨지는 화장품 용기를 플라스틱으로 바꿀 때도 구태회 명예회장이 그 일을 맡았다. 1958년 금성사(현 LG전자)를 세워 전자사업에 진출할 때도 구태회 명예회장은 부사장을 맡아 형을 도왔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사업 능력만큼이나 정치 능력도 탁월했다. 1958년 정계에 진출한 그는 6선 의원에, 국회 부의장을 지냈다. 1982년 LG그룹 고문으로 복귀한 구태회 명예회장은 2003년 전선사업 등을 떼어내 계열 분리했다. LS그룹 설립과 형제 경영 등을 부드럽게 이끈 그는 화합, 배려의 리더십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정·재계를 오가며 활약
LG그룹의 원조는 1947년 창립된 락희화학공업사다. 구인회 창업주는 정성 들여 키워 온 구인상회를 정리하고 이 회사를 차렸다. 생필품이 턱없이 모자라던 시절, 각종 생활용품은 만들면 팔려 나갔 ?
어렵게 개발한 럭키크림이 투명한 색의 일제 메이쇼쿠크림에 뒤처지자, 1949년 구인회 창업주는 서울 장충동 집에 연구실을 차려놓고 서울대에 다니던 동생 구태회 명예회장과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에게 투명크림 개발을 맡겼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뒤뜰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베이클라이트 등 원료를 녹여가며 실험을 되풀이해 투명크림을 개발해냈다.
이렇게 개발한 투명크림은 날개돋친 듯 팔렸다. 1950년 대학 졸업 후 락희화학에 전무로 입사한 구태회 명예회장은 소비자 불만이 많던 화장품 뚜껑을 플라스틱으로 바꾸면서 플라스틱 사업에도 진출했다. 빗 훌라후프 등이 히트치면서 LG그룹은 기틀을 다졌다. 1958년 금성사 설립 때도 그는 부사장을 맡았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1958년 제4대 국회의원 선거에 자유당 후보로 고향인 진양에서 출마해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1960년 5대 국회에서 낙선하자 1962년 한국케이블공업(현 LS전선)을 세워 부사장을 맡았다. 이후 1962년부터 내리 5선을 했다. 국회 예결위원장을 세 번이나 맡아 ‘공화당의 예산통’으로 꼽히기도 했다.
1982년 LG그룹 고문으로 다시 합류했다. 골프가 취미이고, 흥이 나면 ‘감격시대’를 곧잘 불렀다고 한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지난해까지도 한 달에 몇 차례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사무실에 들러 업무를 볼 정도로 건강했다.
◆화합 배려의 리더십
구태회 명예회장은 2003년 동생인 구평회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과 함께 LG전선 LG니꼬동제련 LG칼텍스가스 극동도시가스 등을 떼어내 LG그룹에서 독립했다. 현재의 LS그룹이다. 이들은 창업고문을 맡아 공동 경영을 했으며 이는 사촌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3년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사촌인 구자열 현 회장(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에게 그룹 경영권을 물려줬다. 세 집안의 30여명이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지만, 화합을 통해 경영하고 있다.
여기엔 구태회 명예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LS그룹 관계자는 “구태회 명예회장은 공동 경영이 자리 잡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이는 가족관계에서도 드러난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부인인 고 최무 여사와 70년 해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0년 미수연에서 “70여년을 함께해준 아내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故 구자명 회장, 구자철 예스코 회장 등 4남2녀를 뒀다. 손자와 증손자 등까지 합하면 직계 가족만 5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두 달에 한 번 ‘삼만냥’이라는 독특한 모임을 한다. 6남매 부부가 친목을 다지기 위해 함께 식사하되, 1인당 비용이 3만원을 넘지 않는 곳에서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모임 이름이 ‘삼만냥’이다. 구자홍 회장은 “앞으로도 가족 모두가 (부모님) 두 분의 정신을 이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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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 의원…국회부의장까지 역임
LS로 독립 후 공동경영 큰 힘
[ 김현석 기자 ] 고(故) 구인회 LG 창업주는 하던 일이 막히면 늘 셋째 동생인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을 찾았다. 1950년대 럭키크림 후속작인 투명크림을 개발할 때, 잘 깨지는 화장품 용기를 플라스틱으로 바꿀 때도 구태회 명예회장이 그 일을 맡았다. 1958년 금성사(현 LG전자)를 세워 전자사업에 진출할 때도 구태회 명예회장은 부사장을 맡아 형을 도왔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사업 능력만큼이나 정치 능력도 탁월했다. 1958년 정계에 진출한 그는 6선 의원에, 국회 부의장을 지냈다. 1982년 LG그룹 고문으로 복귀한 구태회 명예회장은 2003년 전선사업 등을 떼어내 계열 분리했다. LS그룹 설립과 형제 경영 등을 부드럽게 이끈 그는 화합, 배려의 리더십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정·재계를 오가며 활약
LG그룹의 원조는 1947년 창립된 락희화학공업사다. 구인회 창업주는 정성 들여 키워 온 구인상회를 정리하고 이 회사를 차렸다. 생필품이 턱없이 모자라던 시절, 각종 생활용품은 만들면 팔려 나갔 ?
어렵게 개발한 럭키크림이 투명한 색의 일제 메이쇼쿠크림에 뒤처지자, 1949년 구인회 창업주는 서울 장충동 집에 연구실을 차려놓고 서울대에 다니던 동생 구태회 명예회장과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에게 투명크림 개발을 맡겼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뒤뜰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베이클라이트 등 원료를 녹여가며 실험을 되풀이해 투명크림을 개발해냈다.
이렇게 개발한 투명크림은 날개돋친 듯 팔렸다. 1950년 대학 졸업 후 락희화학에 전무로 입사한 구태회 명예회장은 소비자 불만이 많던 화장품 뚜껑을 플라스틱으로 바꾸면서 플라스틱 사업에도 진출했다. 빗 훌라후프 등이 히트치면서 LG그룹은 기틀을 다졌다. 1958년 금성사 설립 때도 그는 부사장을 맡았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1958년 제4대 국회의원 선거에 자유당 후보로 고향인 진양에서 출마해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1960년 5대 국회에서 낙선하자 1962년 한국케이블공업(현 LS전선)을 세워 부사장을 맡았다. 이후 1962년부터 내리 5선을 했다. 국회 예결위원장을 세 번이나 맡아 ‘공화당의 예산통’으로 꼽히기도 했다.
1982년 LG그룹 고문으로 다시 합류했다. 골프가 취미이고, 흥이 나면 ‘감격시대’를 곧잘 불렀다고 한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지난해까지도 한 달에 몇 차례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사무실에 들러 업무를 볼 정도로 건강했다.
◆화합 배려의 리더십
구태회 명예회장은 2003년 동생인 구평회 명예회장,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과 함께 LG전선 LG니꼬동제련 LG칼텍스가스 극동도시가스 등을 떼어내 LG그룹에서 독립했다. 현재의 LS그룹이다. 이들은 창업고문을 맡아 공동 경영을 했으며 이는 사촌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3년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사촌인 구자열 현 회장(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에게 그룹 경영권을 물려줬다. 세 집안의 30여명이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지만, 화합을 통해 경영하고 있다.
여기엔 구태회 명예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LS그룹 관계자는 “구태회 명예회장은 공동 경영이 자리 잡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이는 가족관계에서도 드러난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부인인 고 최무 여사와 70년 해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0년 미수연에서 “70여년을 함께해준 아내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태회 명예회장은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故 구자명 회장, 구자철 예스코 회장 등 4남2녀를 뒀다. 손자와 증손자 등까지 합하면 직계 가족만 5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두 달에 한 번 ‘삼만냥’이라는 독특한 모임을 한다. 6남매 부부가 친목을 다지기 위해 함께 식사하되, 1인당 비용이 3만원을 넘지 않는 곳에서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모임 이름이 ‘삼만냥’이다. 구자홍 회장은 “앞으로도 가족 모두가 (부모님) 두 분의 정신을 이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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