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혜 기자 ] “반려동물을 위한 시스템(제도)조차 없다는 점이 아프네요.”
현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노대래 성균관대 석좌교수는 지난 7일 본지가 보도한 ‘반려동물산업엔 아예 손놓은 정부’ 기사를 보고 기자에게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그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늘었지만 문화는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뒤 법과 제도 등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하면 늦는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차관보 등을 지내 ‘정책통’으로 꼽히기도 한 그는 신혼 때부터 개를 키우는 22년차 ‘애견족’이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펫팸(pet+family)족’이 1000만명을 넘어섰지만 정부의 무관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선 조류인플루엔자(AI) 대책을 만드는 과에서 사무관 한 명이 반려동물을 담당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주무부처란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왜 농식품부 담당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었다.
업계에선 국내 반려동 갱袁汰?연 2조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에는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없다. 반려동물 수와 펫팸족 수 통계도 3000명 설문조사를 통해 추산하는 수준이어서 신뢰도가 ‘바닥’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가 집계하는 애완동물서비스 지출액에는 화훼(꽃) 지출액도 포함돼 있다. 전혀 연관이 없는 데도 둘 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분리하지 않고 통합 집계를 한다는 설명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졸속행정의 전형적인 예”, “무능한 농식품부가 반려동물산업을 유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옛 농림수산식품부는 2010년 ‘농림수산식품·농산어촌 비전 2020’을 통해 애완동물산업을 곤충, 바이오에너지산업 등과 함께 5대 전략 산업으로 꼽았다. 이런 전망을 믿고 시장에 뛰어든 업계 관계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관련 법과 제도가 전혀 없어 애견카페와 호텔, 유치원 등이 ‘걸면 걸리는’ 불법 시설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탓이다. 정부가 미래 유망산업을 키울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마지혜 지식사회부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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