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등 한국식 방송 성공
[ 이수빈 기자 ] 네이버와 농심은 공통점이 있다. 후발주자인데도 선도업체인 다음과 삼양식품을 제치고 업계 1위가 됐다. 롯데홈쇼핑이 대만에서 운영 중인 ‘모모홈쇼핑’도 그렇다. 모모홈쇼핑은 설립 2년 만에 흑자전환했고, 현지 홈쇼핑업체인 ET몰과 U몰을 제치고 8년째 대만 홈쇼핑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9380억원. 국내 홈쇼핑업체 해외 합작사 중 중국 이외 국가에서 연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곳은 모모홈쇼핑밖에 없다.
롯데홈쇼핑은 2004년 국내 유통업체 중 유일하게 대만에 진출했다. 대만 최대 금융지주회사인 푸방그룹과 함께 모모닷컴을 설립했다. 모모닷컴은 2005년 1월 모모홈쇼핑 채널을 열고 홈쇼핑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시장 선두주자는 ET몰이고, 그 뒤를 U몰이 뒤쫓고 있었다. 김인호 롯데홈쇼핑 해외사업부문장(상무·사진)은 “한국 업체가 많이 진출한 중국과 달리 대만은 새로운 시장이었다”며 “모모홈쇼핑이 기존 업체와 다르다는 점을 대만 소비자에게 보여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은 모모홈쇼핑에 한국식 홈쇼핑 문화를 도입하는 전략을 썼다. 롯데홈쇼핑 PD, 카메라 감독 등 방송제작 인력이 주기적으로 대만으로 건너가 현지 직원에게 컨설팅하면서 홈쇼핑 노하우를 전수했다. 롯데홈쇼핑 쇼호스트가 모모홈쇼핑 방송에 출연해 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방송 구성도 한국식이었다. 단순히 제품 장점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재미를 더했다.
대만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한국 중소기업 상품도 발굴해 판매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모모홈쇼핑을 통해 107억원어치의 한국산 제품을 팔았다. 더블유플러스라는 중소기업이 생산한 ‘볼륨퍼프 헤어뽕’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똑딱이 형태로 부착할 수 있는 부분가발이다. 정수리 부분이 납작하고 머리 양옆이 튀어나온 두상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됐다. 롯데홈쇼핑은 대만인이 한국인과 두상이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11월부터 볼륨퍼프 헤어뽕 제품을 모모홈쇼핑에서 10회 방송했다. 이 제품은 6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헤어에센스와 가누다베개 등 국내에서 잘 팔린 상품으로도 재미를 봤다.
롯데홈쇼핑은 연 2조5000억원 규모인 대만 홈쇼핑 시장이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상무는 “부분가발처럼 한국과 대만인의 비슷한 특성을 파악해 국내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많이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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