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6] "대한민국은 흙수저로 출발…남 탓 그만하자"

입력 2016-05-11 19:46  

자문회의 토론 - 꿈·도전

"배우고 익히는 단계 뛰어넘어 스스로 아이디어 창출해야"

AI 전문가 찾기 어려워 4차 산업혁명 뒤처질 위기
교육서비스 질 높이려면 대학에 자율성 확대해야



[ 박동휘 / 임기훈 기자 ]
‘한강의 기적’은 꿈과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군 군용차 밑에 들어가 눈대중으로 스케치한 게 국산 사륜차의 시초였다. 세계를 호령하는 반도체 기술도 일본 기업의 괄시를 참아가며 배웠다. 하지만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지금, 대한민국은 ‘흙수저’(부모 형편이 어려워 경제적 도움을 못 받는 청년세대)로 상징되는 자기비하의 함정에 빠져 있다.

오는 11월1~3일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경제신문사 공동주최로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6’이 ‘꿈, 도전 그리고 창조(Let’s Dream, Challenge and Create)’를 주제로 정한 이유다.

주요 대학 총장 등 학계와 정부, 경영계, 연구기관 전문가로 구성된 인재포럼 자문위원단은 11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정례회의를 열어 “청년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우리는 대부분 흙수저로 태어났다”며 “남 탓으로만 돌리는 행태를 부추기는 흙수저·금수저 얘기는 그만하자”고 제안했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은 “기성세대에 비해 청년들은 ‘마이너리티(소수자)’ 처지”라며 “실패를 용인하고 창업에서 길을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대학, 기업, 연구기관 등 각계 전문가가 ‘글로벌 인재포럼 2016’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11일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글로벌 인재포럼 2016 자문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자문위원들은 대한민국 성장의 원동력이던 꿈과 도전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남게 될 것인지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 원장은 “인간의 두뇌를 모방한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알파고’ 관련 전문가를 찾기 위해 미국에 갔다가 한국인이 한 명도 없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며 “미국과 중국 연구자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4차산업 혁명 등 새로운 조류에 도전하는 시도가 없었다는 얘기다.

자문위원들은 한국 사회가 ‘흙수저 함정’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지난 40~50년간 한국 사회는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빠르게 달려왔다”며 “최근 청년들이 자기비하와 남 탓에 익숙한 걸 보면 그간의 질주가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성모 KAIST 총장은 “흙수저니 금수저니 이런 말들을 더 이상 하지 않아야 한다”며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게 작지만 자기 주변에서부터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영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도 “쉽게 포기하고, 안 되면 사회 탓으로 돌리는 문화가 안타깝다”며 “기성세대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글로벌 인재포럼이 청년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자문위원들은 이 같은 한국의 상황을 감안하면 ‘꿈, 도전 그리고 창조(Let’s Dream, Challenge and Create)’라는 올해 글로벌 인재포럼의 주제가 “시의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규상 성균관대 총장은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은 이제 한계에 달한 만큼 ‘퍼스트 무버(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선도자)’로 나가기 위한 인재 양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정 총장은 “지(知)와 행(行)의 합일이라는 관점에서 아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 경험해보고 실패하면서 꿈과 도전을 창조로 연결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 역시 “한강의 기적을 이뤘던 인적 자본의 성공적인 활용 방정식이 이젠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며 “배우고 익히는 단계를 뛰어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를 “경험축적의 시대가 찾아왔다”고 표현했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는 실제 행동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다.

교육정책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허향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제주대 총장)은 “대학이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해 고품질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재정 확보가 관건”이라면서 “반값 등록금으로 인해 대학의 자율성이 크게 위축돼 있다”고 토로했다.

박찬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직무대행(대구 오성고 교장)은 “학교마다 특색 있는 교육을 해야 하는데 현실에선 자율성 보장이 미흡하다”며 “선생님과 학생 모두 정해진 방향대로만 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꼬집었다.

우종수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은 “기업이 바라는 인재상과 교육 현장에서 이뤄지는 일 간에 큰 격차가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놨다. “일자리가 줄고 있으니 청년들에게 무작정 창업에 나서라고 내몰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동휘/임기훈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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