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엔진 공급하던 46년 기업의 '굴욕'…미쓰비시차, 닛산에 넘어갔다

입력 2016-05-12 18:01  

연비 조작으로 경영 위기…미쓰비시차도 지원 접어
2373억엔 투입 최대주주…닛산, 세계 3위 GM 추격



[ 도쿄=서정환 기자 ]
세계 4위 자동차업체인 르노·닛산그룹의 닛산자동차가 연비 조작으로 경영 위기에 빠진 미쓰비시자동차를 인수한다. 미쓰비시차에 2373억엔(약 2조5400억원)을 투입해 지분 34%를 취득하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한다.

닛산은 미쓰비시차 인수 이후에도 ‘미쓰비시’ 브랜드는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린 ‘거짓 경영’으로 일본 최대 그룹인 미쓰비시 계열사로서의 역사는 종말을 맞게 됐다. 1970년 모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분리·설립된 지 46년 만이다.

12일 NHK 등에 따르면 닛산은 경차 등 분야에서 협력관계인 미쓰비시차에 2370억엔을 출자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미쓰비시차 지분 34%를 확보하면서 미쓰비시중공업(12.63%), 미쓰비시상사(10.06%) 등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른다. 두 회사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자본제휴를 결의했다.

미쓰비시차는 1948년 항공기를 제작하던 나고야공장의 프레스설비를 이용해 도요타, 닛산 등에 차체를 생산해 납품하면서 자동차 사업을 시작했다. 1960년에는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자동차를 선보였고, 1970년 미국 크라이슬러와의 제휴를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미쓰비시차의 부정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2000년부터다. 당시 일본 정부의 품질 조사에서 수백건의 리콜을 뺀 채 상품정보 등만 허위로 보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그 여파로 사장이 사임하고 국토교통성의 강제조사까지 받았다.

2002년에는 트럭 앞바퀴 결함으로 발생한 사망사고를 정비불량으로 몰아간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연비시험 데이터를 조작해 ‘ek왜건’ 등 4개 차종, 62만5000대를 판매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모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마저 자금지원 의사를 접었다.

미쓰비시차는 1976년 현대자동차가 첫 독자 모델인 포니를 내놓을 때 엔진·변속기 기술을 공급한 기업이다. 이후 현대차는 미쓰비시에 로열티를 주고 스텔라, 엑셀 등 주요 차종의 엔진을 생산했다.

두 회사는 현대차가 1991년 최초 독자 개발 엔진인 알파엔진을 생산한 이후부터 차량을 공동 개발하는 대등한 관계로 발전했다. 1999년 대형 세단 1세대 에쿠스가 두 회사의 마지막 공동 작품이다. 이후 현대차는 2004년 미쓰비시의 간판 모델인 랜서에 독자 개발한 세타엔진을 공급하기도 했다.

르노·닛산그룹은 지난해 121만대를 판매한 미쓰비시차를 인수하면 세계 3위 GM을 바짝 뒤쫓게 된다. 르노·닛산그룹의 지난해 판매량은 총 852만대로, 미쓰비시차를 더하면 973만대가 된다. 지난해 판매량 순위는 도요타자동차(1015만대) 폭스바겐(993만대) GM(984만대) 등의 순이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801만대로 르노·닛산에 이어 5위였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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