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쏠림현상 나타나
투자 확대·임금인상 때 가중치 더 주게 개편키로
[ 김주완 기자 ] 야당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기업 부담을 키우는 쪽으로 손보려는 데는 정부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2년 전 치밀한 설계 없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서둘러 도입하면서 정작 투자는 늘어나지 않고 배당만 잔뜩 불어나는 현상이 벌어졌고, 이것이 야당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정부도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인식하고 뒤늦게 손질에 나설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취임 직후 환류세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이 한 해 이익의 80% 이상을 투자, 배당, 임금 인상분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미달 금액의 10%를 법인세로 추가 징수하는 일종의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다.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중소기업 제외)이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에 한해 2015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가계소득을 늘리고 기업 투자를 독려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도입했다.
하지만 기존에도 기업은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납부하 ?있기 때문에 이익에 추가로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지지를 받아 쉽게 도입됐다.
더구나 지난해 처음 시행해본 결과 기업들이 일자리와 직결되는 투자 및 임금을 늘리기보다 배당 확대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상장사 총배당금액(보통주 기준)은 20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3.1% 늘었다.
반면 설비투자나 고용 실적은 오히려 후퇴했다. 지난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5.2%로 1년 전(5.8%)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전체 취업자 수는 33만7000만명 늘어나는 데 그쳐 전년(53만3000명)보다 2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환류세제와 함께 도입된 배당소득증대세제도 배당 쏠림 현상을 부추겼다. 배당소득증대세제는 고배당 상장기업에 투자한 소액주주의 배당 원천징수세 부담을 기존 14%에서 9%로 낮춰주고, 배당 의사결정 권한을 쥐고 있는 대주주에게도 25%의 단일 분리과세 세율을 적용하는 혜택을 준다.
정부는 환류세제를 보완하는 방안을 올해 세제개편안에 담을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투자 확대와 임금 인상분에 가중치를 더 주는 방식으로 환류세제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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