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표준시간' 정해 생산성 평가…노사 모두 만족시켰다

입력 2016-05-13 18:28  

CEO를 위한 경영학 <7> 여전히 유효한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

100년 전 제강소의 '상생 실험'
노사 '객관적 하루 생산량' 결정
목표수준 맞춰 임금 차등 지급…'생산성 향상-임금 상승' 달성

기업 경영에 과학적 접근
"모든 일에는 더 나은 방법 있다"
계량적 경영목표 세워 성과보상…미국 기업서 유럽 기업으로 전파

정규석 <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




오늘날 한국 기업들은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확대,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 간 임금 격차, 경직적 노동시장에 따른 비정규직 양산, 높은 임금에 따른 기업의 해외 이전 등 노동 및 임금 관련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00여년 전 미국 기업들도 임금제도를 둘러싸고 노사 간 큰 갈등을 겪었는데 프레드릭 테일러가 주도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됐으며 이를 계기로 오늘날의 경영학이 출발했다.

‘과학적 관리법’의 창시자로서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테일러는 1856년에 태어나 22세 때인 1878년 미드베일 제강소에 입사했다. 19세기 말인 당시는 활발한 발명 활동과 함께 많은 기업이 생겨나 급성장하던 때여서 경영자들은 여러 관리상의 문제와 씨름해야 했다.

테일러가 속한 회사를 포함해 당시 가장 심각한 경영상 문제의 하나는 성과급제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었고,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조직적 태업이 만연한 것이었다. 경영자들은 일한 시간에 따라 임금을 주는 시간급보다는 성과에 비례해 임금을 주는 성과급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을 알고 모두들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성과급제가 도입되면서 작업자들의 생산성이 대폭 향상됐고 결과적으로 작업자들은 더 높은 임금을 받았다.

예나 지금이나 임금을 결정하는 기준은 노동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이다. 자기 회사 근로자들이 너무 많은 보수를 받는다고 생각한 경영자들은 과거 그들이 게을리 일하던 당시의 생산량을 기준으로 임률(賃率: 임금단가)을 책정한 게 실수라고 생각해 임률을 인하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열심히 일해서 생산성을 올리면 경영자들이 그 과실을 빼앗아가는 구조인 성과급제는 노동을 착취하기 위한 나쁜 제도라고 생각하고 성과급제를 반대하는 조직적 태업을 벌인 것이다.

테일러는 노사 간 인식이 다르고 상대를 불신해서 발생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노사 어느 쪽에서 봐도 공평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하루의 생산량(a fair day’s work)’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그것이 ‘과학’이라고 생각했다. 산업혁명 이래 수많은 과학적 발명과 발견이 세상을 바꾸고 있었고, 당시 과학은 지고의 신(神)이었다.

당시 제강소에는 삽으로 철광석을 공급하고 재를 치우는 작업이 많았다. 테일러는 작업자를 선발해 그들이 하루에 얼마나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했다. 작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삽의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었으며 일하는 방식도 서로 달라 작업량에도 편차가 컸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크기와 모양의 삽이 적합한지, 어떤 동작으로 일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지, 그런 기준으로 일했을 때 하루에 얼마나 일을 하는지 등을 연구했다. 이것은 오늘날에도 모든 작업장에서 가장 기초적인 경영자료인 작업조건의 표준화, 표준작업방법(작업표준) 및 표준시간의 설정과 같다. 그는 표준시간을 기초로 하루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초과한 작업자에게는 높은 임률을, 미달한 작업자에게는 낮은 임률을 적용하는 신상필벌식 차별적 성과급제를 도입했다. 후에 이런 것들을 ‘과학적 관리법’이라 부르게 됐다.

결과적으로 테일러의 시도는 옳았다. 선철 운반 작업량은 1인당 하루 16t이었는데 59t으로 네 배 가까이 생산성이 향상된 것이다. 작업자의 하루 임금도 1.15달러에서 1.88달러로 1.6배가 됐으며, t당 노무비는 0.072달러에서 0.033달러로 절감됐다. 생산성 향상이란 파이를 키워 고(高)임금-저(低)노무비를 실천함으로써 테일러가 제창했듯이 노사가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테일러는 적재적소의 인재 배치란 원칙에 입각해 적성에 맞는 작업자를 대상으로 작업 목표인 표준을 설정했고,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차별적 임률을 지급했는데, 이것들은 후에 전국 단위 노조의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테일러는 적성에 안 맞는 사람은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드베일 제강소는 3년 만에 종업원 수가 500명 안팎에서 140명으로 줄었는데 이것 또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전국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노조 반발에도 불구하고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 미국 기업들의 생산력이 유럽을 앞서는 데 크게 기여했다. 후에 등장하는 포드자동차의 대량생산 시스템 도입과 함께 미국의 세기를 열어 나가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것이다. 테일러의 방법은 점차 유럽 다른 나라에도 확산돼 그가 오늘날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기반을 공고히 했다.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은 기업경영에 실험적 방법을 도입하고, 성과표준이라는 계량적 경영목표를 세웠으며, 목표달성을 위한 지휘·지도, 결과의 측정 평가 및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관리 프로세스(plan-do-see) 개념을 확립했다. 테일러가 추구한 철학은 오늘날의 기업경영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도 모든 사업장의 기본계획은 테일러가 했던 표준시간, 표준방법에서 출발한다. 이런 자료로부터 사업장의 생산능력이 결정되고, 생산설비 간의 균형화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현장의 개선은 테일러가 했던 방법을 이용해 현상을 재검토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기본이다. 이것이야말로 요즘 기업경영에서 말하는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는 주문의 출발인 것이다.

테일러는 모든 기업의 경영에는 ‘참된 과학(true science)’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모든 일에는 ‘더 나은 방법(better way)’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은 오늘날 ‘지속적 개선’의 사상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은 테일러와 포드 이후 생산현장 관리는 충분히 성숙됐다고 생각하고 소홀히 해 왔다. 그러나 거의 1세기 동안 세계를 선도해 왔던 미국 기업들은 1980년대 들어 일본 기업의 높은 경쟁력에 놀라 일본의 기업 현장을 방문했는데 그때 만난 게 ‘테일러 방식’이었다고 회고한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개선하자는 테일러의 철학은 기업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또 노사가 협력해 기업의 파이를 키우면 노사가 윈윈한다는 그의 상생적 노사관계 철학은 영원히 성공하는 기업의 DNA로 유전되고 있다.

■ ‘양날의 칼’ 성과주의

100여년 전에 프레드릭 테일러가 해결하고자 한 성과기준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오늘날 한국 기업에도 존재하고 있다.

테일러가 그랬듯이 우리 여건에서 서로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기준을 마련한다면 이런 소모적인 갈등은 줄어들 것이다.

최근 한국의 공공기관에서는 성과연봉제를 하위 직급으로 확산하는 문제를 놓고 노사 간에 진통을 겪고 있다. 여기서도 핵심은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성과기준을 어떻게 도출하느냐일 것이다. 담당하는 업무에 적합한 성과지표의 도출과 합리적인 성과목표치의 결정이 핵심인데, 이를 위한 노력은 제도 확산 노력에 비해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성과기준에 대한 적절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구성원들의 왜곡된 행동이 표출되는 경향이 있다. 자사 경차의 연비목표 달성 압박을 못 이겨 연비를 조작해 소비자를 속여온 사실이 드러난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닛산에 인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잘못 설계되고 운영되는 성과주의의 나쁜 사례다.

성과주의는 강력한 무기이지만 잘못하면 자신을 해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다. 합리적인 성과 기준을 도출하기 위한 합리적 연구의 필요성은 10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정규석 <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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