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人터뷰] 미래에셋대우 첫 여성 임원 서재연·이경민 상무

입력 2016-05-13 18:33  

1조원 자산 굴리는 두 여성 PB
"고객은 언제나 '짝사랑'의 대상…차별화된 실력으로 붙잡아야죠"

1970년생 동갑내기 베테랑
갤러리아지점 함께 근무 '그랜드마스터'
"스트레스 많은 업무, 병원 입원도 잦죠"

고객을 알아야 성공한다
항상 다른 PB와 비교되고 거절당하지만
제안 채택돼 성과로 이어지면 큰 보람



[ 임도원 / 민지혜 / 안상미 기자 ] “같은 여성으로서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여직원들의 희망이 돼 주세요.”

지난달 15일 미래에셋대우 임원 인사가 발표되자 이 회사 서재연·이경민 프라이빗뱅커(PB) 휴대폰에 축하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회사 여성 후배들이 보낸 메시지가 유독 많았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날 이사인 두 PB를 상무로 승진시켰다. 창사 이래 처음 여성 임원이자 상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대부분 증권사는 PB직군은 상무부터 임원으로 인정한다. 미래에셋대우도 종전에 여성 이사가 다섯 명 있었지만 모두 PB여서 임원 대접을 해주지 않았다. 서·이 상무의 승진은 증권업계에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인식되는 ‘유리천장’에 금이 가는 신호이기도 했다. 두 상무가 임원이 되면서 국내 10대 증권사 여성 임원은 처음으로 열 명을 넘어섰다. 여성 임원이 전무한 다른 증권사에도 ‘여풍(女風)’이 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현주 회장의 발탁인사

두 상무는 인사 당일까지 본인이 승진 대상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서 상무는 “여성 PB로 일하면서 이사가 종착역이라고 생각해 상무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영화제 시상식에서 기대하지도 않던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처럼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무척 기쁘긴 하지만 여성 후배들에게 귀감이 돼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가 무겁다”고 덧붙였다.

두 상무의 승진은 미래에셋대우를 인수한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의 인사 방침에 따른 것이다. 박 회장은 남녀를 불문하고 철저히 능력 위주로 인사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오는 11월 미래에셋대우와 합병하는 미래에셋증권에도 여성 임원이 다섯 명 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대우 인사를 앞두고 지난달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인재 사관학교’라 불려온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이 그동안 남성 중심 사풍으로 여성 임원을 배출하지 못했다”며 “대우증권의 유능한 여성 인재를 적극적으로 임원에 기용할 방침”이라고 밝혔었다.

동갑내기 ‘그랜드마스터’

1970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2010년 미래에셋대우(당시 KDB대우증권)에 나란히 경력직 PB로 입사했다. 서 상무는 HSBC에서, 이 상무는 하나금융투자(당시 대한투자신탁)에서 10년 이상 PB업무를 맡은 베테랑이었다. 미래에셋대우 입사 이후에는 서울 청담동 갤러리아지점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갤러리아지점은 이용자 대부분이 최소 수십억원의 자산가들이어서 미래에셋대우 ‘에이스 PB’들만 모인 곳이다. 두 상무는 미래에셋대우에서 ‘그랜드마스터 PB’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PB 1000여명 가운데 그랜드마스터는 두 사람을 포함해 다섯 명뿐이다. 그랜드마스터 PB는 고객 관리자산이 1000억원 이상, 회사 기여 수익은 연간 10억원 이상을 조건으로 한다. 서 상무가 관리하는 이용자 자산은 약 4000억원, 이 상무는 5000억원에 달한다.

서 상무는 은행원 출신 PB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상무는 “서 상무의 성공 사례는 헤드헌터업계에서도 유명하다”고 귀띔했다. 은행에 있던 PB가 업무 환경이 다른 증권사로 옮겨 성공한 사례가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서 상무는 “은행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고객이 오기를 기다리는 식이었는데 증권사에 오니 고객을 찾아 발로 뛰어야 했다”며 “미래에셋대우로 옮기고 나서 ‘맨땅에 헤딩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절감했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서 상무와 달리 이 상무는 PB 업무와는 거리가 먼 영어교육과 출신이라는 점도 남다르다. “대학 시절에도 교직에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홍보나 방송 관련 일을 하고 싶어 졸업한 뒤 관련 업체에 지원했다 모두 떨어졌죠. 대한투자신탁에서 신입직원을 뽑길래 지원했더니 ‘덜컥’ 합격했지 뭐예요. 처음에는 아무 금융 지식도 없는 상태여서 너무 겁이 났습니다.”

실력으로 극복한 핸디캡

두 상무는 여성 PB로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 상무의 얘기다. “처음에 법인 영업을 맡았는데 증권업계에서도 특히 이 분야는 남성들의 독무대더군요. 당시 회사에서 법인 영업을 하는 여직원은 제가 처음이었어요. 말로는 다 표현 못하지만 아픔을 많이 겪었습니다.” 남성 고객 가운데는 일부 ‘불순함’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서 상무는 “간혹 술을 같이 마시면 거액을 맡기겠다고 제안하는 고객도 있었다”며 “고객과 점심은 같이 해도 저녁 식사는 절대 안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두 상무는 여성으로서의 핸디캡을 철저히 실력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 상무는 미래에셋대우 PB 가운데 금융 관련 자격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은행원 출신답게 주식 투자보다는 금융상품 위주로 이용자 자산 관리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상무는 PB가 되자마자 경제학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금융 지식을 쌓았다. 그는 회사에서 비상장 주식 투자를 통한 고객 자산 관리의 ‘1인자’로 꼽힌다. 두 상무에게 처음에 수백만원을 맡기다가 현재는 수백억원을 맡기는 고객도 있다.

두 사람은 고객 관리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인터뷰 내내 환한 웃음을 지어보인 서 상무는 PB가 되기 전까지 별명이 ‘얼음공주’였다고 했다. “원래 잘 웃지 않아서 차×?보이는 스타일이었어요. PB가 되니 웃는 얼굴이 영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매일 10분씩 웃는 연습을 하다 보니 이제 습관이 됐습니다.”

이 상무는 고객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에 남달리 신경 쓰고 있다. 그는 “PB는 고객으로부터 기본 정보사항을 받는데 일부 거짓 내용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며 “고객과 대화하며 일일이 해당 내용이 맞는지 확인해 누구보다 정확한 DB를 갖고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PB의 완성은 人性에서

이 상무는 PB 업무를 ‘고객에 대한 짝사랑’이라고 정의했다. “저희는 거절당하는 것이 일상이에요. 고객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거절당하면 상실감이 커요. 하지만 제안이 받아들여져 성과가 나면 정말 힘이 나죠.”

두 상무는 스트레스가 많고 고된 PB업무의 특성상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PB로 일하면서 각종 질병으로 수술만 네 번 했다. 서 상무도 거의 매년 병원에 입원했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스트레스로 인한 전신마비 증상이 나타나 잠옷 입은 그대로 응급차로 실려갔어요. 1주일 동안 움직이지 못해 세수도 못했어요. 너무 비참했습니다.” 요즘 서 상무는 매일 1만보 이상 걷기로, 이 상무는 웨이트트레이닝과 복싱, 스포츠댄스 등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두 상무는 PB를 꿈꾸는 여성 후배들에게 “무조건 열심히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이 상무는 “어리지만 고도의 금융지식을 갖춘 PB가 많다”며 “선배로서 축적해 놓은 경험으로 후배 PB들과 경쟁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지식이 많은 후배들에게 뒤질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두 상무는 ‘PB의 완성은 인성(人性)’이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 상무는 이렇게 말했다. “PB는 결국 남의 자산을 관리하는 직업이잖아요. 실력이 좋더라도 인성이 나쁘면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지킬 줄도 알아야 하고요. 숫자만을 제시해서는 고객의 평생 동반자가 될 수 없습니다.”

■ PB들의 세계
높은 수익보다 신뢰 얻어야 ‘평생 고객’

“프라이빗뱅커(PB)가 어떤 직업이냐고 물으면 ‘물방울로 바위를 뚫는 것과 같다’고 하죠. 바위는 ‘고객의 마음’입니다. PB로 성공하려면 지치지 않아야 해요.”

이경민 상무와 서재연 상무는 PB의 필수 자질로 인내심을 꼽았다. 이 상무는 “자산가들은 자녀, 친척이나 친구에게도 어디에 돈을 맡기는지 잘 알려주지 않는다”며 “한 고객에게 신뢰를 얻어 다른 고객을 소개받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처음 3000만원을 맡긴 한 고객 자금이 지금은 수백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고수익을 내 원금이 몇십 배 불어난 게 아니라 다른 PB에게 맡기던 자금이 옮겨온 것이다. 서 상무도 “큰돈을 한꺼번에 맡기는 고객은 거의 드물다”며 “오랜 시간 수많은 테스트를 통과해야 ‘평생 고객’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고객 대부분은 평균 10년 이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장기 이용자다. 이 상무는 “전 직장에서 15년간 15번 발령이 나 여러 지점을 옮겨다녔는데 지역에 관계없이 매번 고객이 계좌를 옮겨왔다”며 “어떤 할머니 한 분은 자녀, 손자, 사위까지 소개해 지금 30여명에 이르는 패밀리 자산 전체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돈을 불리는 일에 앞서 고객의 정확한 요구를 파악해 포트폴리오를 꾸리고 리스크(위험)를 관리하는 게 PB들의 핵심 임무라고 강조했다. 서 상무는 “수익률, 절세, 상속 등 고객의 가려운 곳을 잘 짚어야 한다”며 “수익률이 좀 안 좋아도 절세에 초점을 둔 고객은 세금만 잘 관리해주면 쉽게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자산가들은 통상 여러 금융회사 PB와 거래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늘 비교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각자 ‘필살기’를 가져야 한다는 게 후배들을 향한 두 사람의 공통된 주문이다. 서 상무는 역량 있는 투자자문사나 유망 금융상품을 잘 골라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역량이 뛰어나다. 이 상무는 투자자 입맛에 맞게 시장에 따라 비상장 주식, 전환사채 등 특색 있는 사모펀드를 직접 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도원/민지혜/안상미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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