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과 비교했을 때 20~40대의 노후 준비에 대한 태도와 의지가 눈에 띄게 약화됐다. 이는 재무뿐 아니라 건강, 활동, 관계 등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보다 훨씬 더 긴 노후를 보내야 하는 젊은 세대들은 노후 준비도 그만큼 서둘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눈앞에 닥친 삶의 문제들 때문에 노후 준비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재무적인 노후 준비에 대한 의지는 약해진 반면 실제 재무적 준비 정도는 2014년보다 6점이나 상승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는 일종의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먼저 저축 여력이 없는 젊은 층이 노후 필요소득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 2014년에 20대들이 얘기한 노후 필요소득은 월평균 208만원이었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153만원으로 낮아졌고, 30대 또한 222만원에서 182만원으로 40만원 정도 내려갔다. 그러다 보니 같은 자산을 두고도 마치 준비도가 상승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두 번째로 부동산 경기 호조로 인해 자산 가치가 올라가면서 준비도 역시 자동으로 상승했다. 부동산 자산이 전체 자산의 70%에 달하는 한국 사람들은 거주하는 주택이 곧 은퇴 자산이나 다름없다. 부동산 자산의 크기가 큰 50~60대의 재무적인 준비도 상승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결과다.
결국 한국 사람들의 재무적인 노후 준비도를 높인 두 가지 요소는 노후 생활의 질을 최대한 낮춘 결과 또는 환경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자산 상승 효과에 불과하다. 노후 준비 상태가 본질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 노후 생활에 대한 기대치를 여기서 더 낮추기도 힘들 뿐더러 경기가 나빠지면 은퇴 자산은 다시 하락할 수 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저성장 시대에도 지속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부동산에 모든 자산을 투자해 노후 준비를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노후 자산이 손실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고 싶다면 노후 자산도 분산이 필요하다. 은퇴까지 아직 준비할 시간이 남은 20~40대라면 연금을 활용해 노후 소득의 일정 부분은 확실한 현금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윤원아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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