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 걸음 더 내디뎌야 할 한국 원자력

입력 2016-05-15 17:51  

김종경 < 한국원자력연구원장 >


1962년 3월19일 오전 10시50분, 서울 공릉동에 설치한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마크2’에 핵연료가 처음 장전됐다. 그로부터 약 여섯 시간 뒤 원자로가 첫 임계에 도달했다. 임계란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 반응이 일정한 비율로 계속되는 상태다. 임계를 달성했다는 건 원자로가 안정적인 제어상태에서 가동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6·25전쟁 후 당장 먹고살 걱정이 앞섰던 1950년대, 한국이 먼 미래를 내다보고 이 땅에 처음으로 세운 원자로에 숨을 불어넣은 순간이었다.

54년 뒤 무대는 요르단으로 바뀌었다. 2016년 4월26일 새벽 3시, 한국이 설계해 요르단에 건설한 요르단 교육 및 연구용 원자로(JRTR)가 가동에 들어갔다. 요르단은 과거 한국처럼 원자력 시설이 전무한 곳이다. JRTR 건설사업은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북쪽으로 70㎞ 떨어진 람사의 요르단과학기술대(JUST) 내 부지에 열출력 5㎿, 개방수조형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와 동위원소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로 구성된 컨소시엄인 KDC는 2009년 국제 경쟁입찰에서 러시아, 중국, 아르헨티나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했다.

불과 반세기 전 한국은 미국의 원조?받아 연구용 원자로를 도입했다. 원자력 연구개발(R&D)의 걸음마를 시작했던 새내기가 이젠 기술 자립을 넘어 또 다른 새내기에게 최신형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하는 원자력 기술 강국으로 거듭났다.

54년 전 연구로 기공식에서 대통령이 시삽하는 빛바랜 흑백 사진은 한국 원자력 R&D 태동의 상징처럼 자주 등장했다. 지난달 26일 요르단 현지 연구진으로부터 스마트폰을 통해 전송받은 사진과 나란히 바라보니 시간여행이라도 한 기분이 든다.

요르단 JRTR의 전체 시설은 오는 9월 완공될 예정이다. 한국이 원자력 시스템 전체를 수출해 준공을 완료하는 건 JRTR이 첫 주인공이 될 것이다. 빠른 시대 변화와 기술의 발전 속에서 집념과 열정으로 일궈낸 원자력 R&D의 결실은 우리 연구자들에게 무한한 자부심과 긍지를 안겨 줄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서 멈출 순 없다. 원자력 과학기술도 미래형 원자력 시스템 개발, 핵연료 주기 연구 등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미래 에너지로 자리 잡을 수 있게 R&D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국 원자력의 시간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종경 < 한국원자력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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