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기업에 '채찍' 든 미국 슈퍼리치들

입력 2016-05-15 17:54  

'행동주의 투자자'로 변모

빌 게이츠·칼 버그 등 부호들
조용히 지분 팔던 과거와 달리
헤지펀드처럼 경영진 압박



[ 이상은 기자 ] 주주가 여차하면 기업 이사진을 쫓아낼 수 있다고 위협한다. 그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거짓말쟁이에 도둑놈이라며 비판하는 편지를 여러 차례 발송한다. 회사는 이들이 ‘반(反)체제적인 주주’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흔한 행동주의 투자자 헤지펀드와 기업 간 다툼 같아 보이지만 해당 투자자가 빌 게이츠라면 어떨까?


○“회사 경영진보다 내 판단이 옳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주주가 아니라 소수 지분 투자자가 기업 경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더 이상 일부 헤지펀드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업을 경영해 큰돈을 번 뒤 다른 회사에 돈을 투자한 부자도 ‘행동주의자’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특히 ‘스몰캡’으로 불리는 소형 실적주의 경영에 개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지난해 7월 스위스 화학회사 시카의 매각계획을 반대해 무산시켰다. 그는 자기 재산을 운용하기 위해 설립한 사모펀드 캐스케이드인베스?廊?등을 통해 이 회사 지분을 5% 보유하고 있다. 시카 경영진은 이 회사를 경쟁회사 생고뱅에 팔려 했으나 캐스케이드 측은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를 ‘개인적 욕심’으로 규정하며 “우리가 돈만 생각하면 지분을 팔고 떠나면 되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400대 부호로 꼽히는 칼 버그 미드타운리얼티 창업자는 그 반대로 경영진에 회사 매각을 요구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17% 지분을 보유한 텍사스 오스틴의 부동산 개발회사 스트래터스프로퍼티스에 “지난 19년간 오스틴에 개발 붐이 일었기 때문에 스트래터스는 지금보다 잘될 수 있었다. 경영진이 회사를 팔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사진을 갈아치우기 위해 돈을 쓰겠다고 공언했다.

○“행동주의 인식 달라져”

한때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후계자’가 될 뻔한 데이비드 소콜 넷제츠 회장은 자신이 27% 지분을 보유한 소규모 금융사 미들버그파이낸셜이 지난 연례 주주총회에서 보인 태도에 “실망했다”며 “내년 열리는 주총에선 훨씬 복잡한 문제를 다뤄야 할 텐데, 주주들로선 그때까지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했다. 이사진을 전부 교체해 버리겠다는 위협이다.

사모펀드 TPG캐피털 창업자인 데이비드 본더먼은 자기 자산을 굴리기 위해 세운 투자기구 와일드캣캐피털매니지먼트를 통해 투자(지분율 7%)한 바이오테크회사 소렌토테라퓨틱스 CEO와 경영진이 회사 자산을 계열사로 빼돌리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FT는 “헤지펀드에서 시작된 행동주의 투자 추세가 ?성공을 거두면서 부유한 개인도 이를 따라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행동주의 투자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는 업체 13D모니터 창업자인 켄 스콰이어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부자들이 회사 경영이 마음에 안 들면 주식을 파는 것으로 대응하는 ‘월가 스타일’을 따르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동주의 투자자가 되는 것이 예전엔 ‘괴짜’ 낙인이 찍히는 일이었는데 요새는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일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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