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제는 수출 부진으로 성장엔진의 연비가 떨어지면서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개발경제 이론에 따르면, 국민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제조 기반 비중이 증가하다 다시 감소하는 ‘역(逆)U자형’ 성장 경로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을 보면 2008년 28.6%에서 2015년 29.5%로 증가하는 등 제조에서 서비스로 이어지는 산업구조 변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 제조업 비중이 41%에서 33.8%로 감소했음을 감안하면, 한국은 여전히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급격한 기술환경의 변화가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산업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기술융합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 주요국들도 자본집약적 3차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4차 산업으로 성장 패러다임 전환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제조 생산기반을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미국의 리쇼어링(reshoring), 중국의 ‘제조 2025’,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산업재흥플랜’ 등도 산업구조 재편을 위한 경제 운영 정책이다.
스마트 공장,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로봇,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멀고도 가까운 기술융합의 진화가 디지털 경제 진입을 재촉하고 있다.
필자는 전문성이 부족해 이 같은 변화의 속도를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처지다. 그래도 분명한 건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글로벌 기술산업화 경쟁에서 한 번 뒤처지면 다시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기존 산업체계에 근간을 두고 있는 금융산업도 4차 산업혁명의 틀 안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정부의 금융규제 혁신 및 제도 개선, 민간 차원의 금융지원 기능 등이 유기적으로 조합돼 금융·신산업 간 피드백을 촉진시켜야 한다.
세계의 지도자들이 가장 영감을 준 책으로 추천했던 《린 스타트업(The Lean Startup)》의 저자 에릭 리스는 “모든 기업이 스타트업이 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4차 산업혁명의 기준으로 보면, 삼성이나 현대도 스타트업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김용환 < NH농협금융지주 회장 yong1148@nonghyu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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