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국민연금, 국내 주식 투자비중 줄인다

입력 2016-05-15 18:07  

2021년까지 전체 자산대비 주식 비중 20%→17.5% 하향조정
10년만에 주식 운용전략 대수술

저성장·저금리로 수익률 급락
국내 채권 비중도 42%→40%
해외 주식 비중은 20%→24.5%
기금위, 16일 자산배분안 의결



[ 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15일 오후 4시31분

국민연금기금이 2021년까지 전체 자산 대비 주식 목표 비중을 20.0%에서 17.5%로 단계적으로 2.5%포인트 하향 조정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투자 수익률이 낮은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해외로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국내 주식 매입 수요가 줄면서 향후 시장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자산배분 어떻게 바뀌나

1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는 16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17~202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한다. 복지부가 기금위에 상정할 ①안에 따르면 2021년 말 국내 주식 비중은 17.5%로 ‘2016~2020년 현행 계획(20%)’ 대비 2.5%포인트 낮아진다. 국내 채권 비중도 42%에서 40%로 2%포인트 떨어진다. 반면 해외 주식 비중은 20%에서 24.5%로 4.5%포인트 확대된다.

②안은 국내 주식 비중을 20%에서 16.5%로 낮추는 대신 해외 주식 비중을 20%에서 25.5%로 올리는 내용이 담겼다. 이 안은 2018년 이후 주식을 일부 순매도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채권 비중(4%)과 대체투자 비중(14%)은 ①, ②안 모두 변동이 없다. 복지부는 운용 전략의 점진적 변화가 바람직하다는 이유 등으로 ①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20% 이하’로 하향 조정하는 것은 2006년 5년 단위 전략적 자산 배분안을 수립한 이후 ‘10년 만에 큰 변화’(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는 국내 주식 비중은 늘리고 국내 채권 비중을 줄이는 전략을 고수했다. 국민연금이 그동안 ‘연못 속 고래’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국내 주식 투자 전략을 바꾸지 않은 것은 국내 주식시장과 경제 심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성장 저금리로 운용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국내 시장을 고집할 명분이 사라졌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국민연금이 새로운 중기자산 배분안을 확정하면 주식시장에 투입하는 자금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중기자산 배분 ①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보유 주식 자산은 산술적으로 2016년 말 113조4000억원에서 2021년 말 162조8000억원으로 약 50조원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추가로 신규 자금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목표 비중(17.5%)을 충분히 맞출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 등으로 주식 가치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데다 목표비중 이탈허용 한도가 ±5%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여유가 있어서다.

경제성장률 3%, 물가 상승률 2%만 가정해도 2021년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 자산은 신규 투자 없이 144조원에 달한다. 2021년 전체 자산의 15.5% 수준으로 목표 비중에 2%가량 미달한다. 국민연금 운용 실무진들도 국내 주식 투자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3월 부진한 운용 수익률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주식운용실·팀장을 모두 교체했다.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안이 현실화되면 국내 주식 수요 기반이 상당폭 위축될 것은 불가피하다. 국민연금은 2011~2015년 최근 5년간(연말 기준) 국내 보유 주식 보유금액을 연평균 8조원(11.7%)씩 늘려왔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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