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키운다며 자리만 늘린 정부 부처

입력 2016-05-15 18:44  

기존 사업자 반발에…공유민박·콜버스도 '발 묶인 채' 출발

'공유민박업' 제도 만들며 영업일수 연 120일로
콜버스도 이용시간 제한…전세버스 운행도 막아
기능성 화장품 품목 확대, 제약사 반발에 지지부진
신산업 정부조직 늘려 공무원 입김만 더 강해져



[ 김주완 / 이승우 기자 ] 드론(무인항공기) 등 신(新)성장 산업이 여전히 ‘규제의 덫’에 걸려 신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신산업 규제 시스템을 포지티브(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에서 네거티브 방식(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산업은 여전히 포지티브 규제에 갇혀 있다. 드론이 대표적이다. 항공법에 따라 사진 촬영, 농약 살포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하다. 해당 규제를 풀기 위한 법률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도 않았다.


기능성 화장품과 질병 치료용 식품, 혈액 이용 의약품 등의 종류도 법률로 제한돼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규제 때문에 사업을 못 한다고 정부에 건의한 기업이 아직 없어 개선 추진 일정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신(?산업 관련 규제의 개선 속도가 더딘 것은 정부가 기존 사업자들의 눈치를 본 탓이 크다. 기능성 화장품 품목 확대에 대해서는 제약회사들이 반대하고 있다. 드론(무인항공기)도 마찬가지다. 택배까지 허용할 경우 기존 업체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산업을 키운다며 관련 예산과 조직 늘리기에만 급급한 정부 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규제 미련 못 버리는 정부

자기가 사는 집을 국내외 관광객에게 내줘 민박 영업을 할 수 있는 ‘한국판 에어비앤비’를 허용하면서 별도 규제를 신설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 2월 정부는 관련 규제를 풀기 위해 ‘공유민박업제도’를 신설했다. 하지만 영업할 수 있는 기간을 연간 120일로 제한했다. 기존 숙박업소 반발을 고려해서다.

최근 논란이 된 콜버스도 똑같은 상황이다. 콜버스는 대중교통이 끊긴 새벽 시간에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을 모아 미니버스로 태워주는 일종의 ‘카풀’ 서비스다. 하지만 정부는 운행 가능 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로 제한했다. 활용 가능한 운송 수단도 기존 택시와 노선버스로 한정했다. 시범 서비스에서 활용한 전세버스는 허용 대상에서 뺐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신산업은 대부분 기존 사업자와 충돌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이 문제까지 해결해야만 정말 규제를 개선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푸드트럭 1호가 폐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특정 장소에서만 영업을 허용하면서 푸드트럭의 장점인 이동성을 살리지 못했고 결국 적정 수준의 이익을 내지 못해 문을 닫고 말았다. 김 교수는 “정부가 기존 자영업자 눈치를 보면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장사하기 위해 생긴 푸드트럭이 한곳에 묶이는 기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공무원 목소리만 더 커져

대통령 지시로 특정 산업에 대한 육성 계획이 잡히면 관련 부처들은 앞다퉈 자기 사업으로 삼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진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입김이 더욱 세져 오히려 규제가 강화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를 담당하는 첨단자동차기술과와 드론 등을 총괄하는 첨단항공과를 신설할 방침이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올해 드론과 관련된 ‘무인이동체 미래선도 핵심기술 개발’ 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예산 150억원도 확보했다. 드론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정부 지원 사업은 2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은 지나친 간섭을 우려하지만 정부는 이런 비판에 무감각하다. 정부 관계자는 “신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사업은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규제프리존이 규제 양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프리존이 오히려 규제를 만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규제프리존은 신산업을 중심으로 지역 특화 산업을 정해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재정도 지원하는 제도다.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역마다 육성할 신산업을 두 개씩 선정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취지는 좋은데 특정 신산업에 대한 규제 개선 혜택을 받지 못한 지역들은 역차별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새로운 규제가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드론이 대표적이다. 전남이 ‘드론 규제프리존’으로 선정되면서 드론 관련 업체가 몰려 있는 부산 경제계의 불만이 높아졌다. 부산시는 지난 1월 ‘2016년 드론쇼 코리아’를 주최하는 등 드론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 경제계 관계자는 “규제프리존은 지역의 산업 기반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주완/이승우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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