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압박에 손 든 로스쿨, 등록금 내린다

입력 2016-05-1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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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한양대 등 사립 11곳 2학기부터 평균 15% 인하
서울대 등 국립 10곳은 동결

교육부 "로스쿨 허가 자체가 혜택"

학교 "등록금으로 교수 월급 못줘
교육의 질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



[ 박동휘/고윤상 기자 ] 교육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록금 인하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로스쿨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의 압박에 성균관대 등 사립대 로스쿨 11곳이 올해 2학기부터 등록금을 평균 15% 내리기로 했다. 로스쿨들은 ‘교육부가 사법시험 존치론자들의 로스쿨 흠집 내기에 휘둘리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5개 로스쿨 모두 등록금만으론 적자를 면치 못하는 터라 ‘돈스쿨’이란 오명 속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등록금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억울하다는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식 등록금 인하

교육부는 16일 사립대 로스쿨 11곳이 올 2학기부터 등록금을 평균 14.69% 내리고,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 로스쿨 10곳은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등록금을 인하하는 사립대는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아주대 중앙대 이화여대 인하대 영남대 서강대 한국외국어대(이상 15%) 풉뭅?11.6%) 등이다. 고려대 연세대 동아대 원광대 등 4곳은 동결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저소득층 자녀에게 로스쿨 입학장벽이 너무 높다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사립대 로스쿨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1920만원으로 사립대 법학과 평균 등록금 602만원의 세 배 수준에 달했다. 박성수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장은 “등록금 동결 및 인하로 로스쿨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내년 로스쿨 인증 평가에 등록금 부담 경감 현황을 주요 지표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등록금을 내리기로 한 11개 사립대 로스쿨의 내년 연간 등록금은 평균 1643만원으로 지난해(1927만원)보다 283만원가량 줄어든다. 등록금을 가장 많이 깎는 곳은 성균관대로 인하액은 328만원이다.

◆흔들리는 로스쿨 설립 취지

교육부의 ‘생색내기’에 로스쿨들은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 사립대 로스쿨 원장은 “등록금만 받아서는 교수 월급도 못 주는 로스쿨이 많다”며 “비(非)로스쿨생이 낸 돈으로 로스쿨을 지원해주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정원 120명인 성균관대 로스쿨만 해도 연간 등록금 수입 약 55억원(총 수입 78억원에서 장학금 30%를 뺀 실제 수입) 중 교수에게 지급되는 연봉만 43억원(43명 1인당 평균 연봉 약 1억원)가량이다.

하지만 등록금 인하로 수입이 약 12억원 줄게 돼 로스쿨에 소속된 건물 관리비, 행정직원 임금 등은 모두 교비회계에서 끌어다 써야 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로스쿨 인가를 받은 것만으로도 학교 인지도를 높여 이에 따른 부대효과가 큰 만큼 각 사립대 재단에서 로스쿨 유지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란 비판도 나온다. 등록금 인하에 불참한 A사립대 로스쿨 원장은 “내부적으로 6%가량 내릴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교육부에서 1주일 내에 결정하라고 독촉하면서 15%나 내리라고 통보해와 동결하기로 했다”며 “정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립대를 협박하는 모양새”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각에선 교육부가 사시존치론자들의 논리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B사립대 로스쿨 원장은 “‘금수저 입학’이니 ‘돈스쿨’이니 하는 말은 내년부터 폐지될 사법시험 제도를 유지시키고 싶어하는 전·현직 사시 출신 법조인들에게서 나왔다”며 “등록금 인하로 로스쿨 교육의 질이 떨어지면 로스쿨 무용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동휘/고윤상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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