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자동차 시대(상)] 운전대 놓고도 자동차 달리는 시대 열렸다

입력 2016-05-18 13:11  

고속도로 주행시 핸들 잡지 않아도 스스로 제어하는 수준까지 양산차 적용
말리부, 알티마, E클래스 등 초기단계 자율주행 기능 탑재 늘어나는 추세



자율주행(self-driving) 자동차의 초기 단계 기술이 최근 국내 출시되는 신차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에선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자동으로 달리는 기술 도입이 시작됐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더 나아가 혼잡한 도심에서도 핸들 조작 없이 차선을 바꾸고 앞선 차량을 추월하는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경닷컴은 2016년 현재 자율주행 관련 기술이 어디까지 와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 김정훈/안혜원 기자 ] # 1. 5월 초 시승한 쉐보레의 신형 말리부. 운전석에 앉은 모 매체 기자는 9세대 말리부에 장착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차간거리유지장치)과 차선유지 지원시스템을 작동시켰다. 운전 중 잠시나마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놨다. 그런데 말리부는 고속도로 곡선 구간에서 옆 차선을 유지하면서 주행했다. 시승한 기자는 "핸들에서 손을 뗐는 데도 운전대가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는 것 같다"며 깜짝 놀랬다.

# 2. 지난 4월 한국닛산이 출시한 신형 알티마를 타봤다. 도로 한가운데서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을 가동시켰다. 그리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다. 알티마는 스스로 달리기 시작했다. 앞 차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앞 차의 속도 변화에 따라 알티마의 속도계 바늘도 서서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신호등 앞에서 앞 차가 정지했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나 망설이던 찰나 알티마는 멈췄다.

최근 자동차 내수 시장에 출시되는 신차들의 주행 안전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율주행 초기 기술을 도입한 '자동운전보조기능'을 확대 장착하고 있는 것. 운전자가 엑셀러레이터나 브레이크 페달을 사용하지 않아도 앞선 차량과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핸들 조작 없이도 옆차선을 넘어가지 않으면서 달리는 '반자율주행' 단계까지 이르게 됐다.

◆ 제네시스부터 말리부까지…국내 '자율주행 기술' 도입 시작됐다

한국GM이 이달 19일 출고를 시작하는 신형 말리부는 총 17개의 센서와 레이더 및 전후방 카메라를 통해 차량의 주변을 상시 감시하며 잠재적인 사고를 예방하는 지능형운전보조시스템(ADAS)을 갖췄다. 국산 중형세단 중 신형 말리부(최고급형)에 가장 먼저 적용된 차선유지 보조장치(LKAS)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연동해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황을 능동적으로 개입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준다.

한국GM 관계자는 "신형 말리부는 동급 최초로 고속도로 주행시 차선 유지가 가능한 주행보조장치를 탑재했다"며 "졸음 운전 중 사고 위험을 예방하는 능동형 안전기술로 봐야지, 아직은 자율주행이란 말을 쓸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오는 24일 언론에 사전 공개하는 신형 E클래스에는 부분 자율주행 기술이 들어간다. 선택사양으로 제공되는 ‘드라이브 파일럿’ 기능을 사용하면 고속도로는 물론 시내 운전에서도 앞차와 거리 간격을 유지하면서 달리는 반자동 운전이 가능하다. 운전자의 핸들 조작이 없을 때 경고를 하는 핸즈오프 경고(Hands-off warning) 기능은 상황에 따라 직선 거리에선 최대 60초까지 사용할 수 있다. 최고급 세단 S클래스에 장착된 반자동 운전보다 한 단계 진화된 앞선 기술이다.

크루즈 컨트롤의 상위 버전인 차간거리제어기능(ASCC)과 차선유지기능(LKAS)을 이용한 기술은 자율주행 초기 단계인 부분 자율주행에 가깝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아직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않아 자율주행이란 단어를 쓰기를 꺼리고 있다. 자율주행은 운전자가 핸들을 놓고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주행 환경이 마련돼야 되기 때문이다.

박재용 이화여대 교수(한국자동차미래연구소장)는 "자율주행 초기 기술이 도입되고 있지만 만일 사고가 난다면 법적 책임에 대한 잘잘못을 따질 수 없다"며 "아직 사고책임에 대한 법적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제조사 스스로 자율주행 기술로 판단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 수입차 '반자동 운전' 확대…제네시스 G80도 HDA 탑재

부분 자율주행 기술 적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닛산과 볼보다. 한국닛산은 지난 4월 출시한 뉴 알티마에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ICC)’ 穗?적용했다. 교통 흐름에 따라 엔진 출력을 조정해 차량 스스로 속도를 제어하고, 전방 레이더 센서로 앞차를 감지해 거리를 유지한다. 커브 길에서의 핸들 조작도 시스템이 자동 제어한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신차를 중심으로 반자율주행 기술인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을 도입하고 있다. 이 기능은 시속 130㎞ 이하 속도에서 전방에 차량이 없어도 차선을 유지해 달릴 수 있게 한다. 앞차를 감지해 따라가는 기존 기술에서 진일보했다. 볼보는 다음달 판매를 개시하는 대형 SUV 'XC90'과 하반기 출시가 예정된 대형 세단 'S90'에 파일럿 어시스트를 탑재한다.

GM 고급차인 캐딜락은 6월 출시하는 대형 세단 CT6를 통해 ‘수퍼크루즈’라는 세미 오토 기능을 선보인다.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 및 브레이크 보조장치, 차선이탈 경보장치, 충돌방지장치 등의 기술을 통합해 주행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카메라와 레이더를 이용해 고속도로 등의 일정 구간에서 차선 및 차간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제네시스 EQ900에 탑재된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은 시속 150㎞ 이하 속도에선 차량이 능동적으로 차간 거리 및 차선을 유지하고 달릴 수 있다. 전방 차량이 정지하면 차가 스스로 정지한 뒤 재출발하고, 고속도로 구간별 속도 제한에 따라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주행 보조 역할을 한다. 현대차가 6월초 부산모터쇼에서 공개하는 제네시스 G80에도 HDA가 탑재된다.

다만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고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경고음이 울린다. 시속 80~100㎞ 속도로 달리면 약 15~20초 정도 자율주행이 진행되고 이후에는 자동으로 해제된다.

HDA보다 한 단계 낮은 기술인 차간거리유지장치는 상당 수 차량에서 사용할 수 있다. 현대차 그랜저, 기아차 K7, 르노삼성 SM6, 쉐보레 임팔라 등 국산 중형급 이상 승용차에는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

김정훈/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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