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허브' 싱가포르 VS 다국적기업 떠나는 한국

입력 2016-05-18 17:58  

현장에서

싱가포르, 매년 40억달러 투입
첨단기업엔 법인세 15년 면제
바이오 단지 조성, 인력 육성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 진출
싱가포르 100곳 VS 한국 3곳

싱가포르=조미현 기자



지난 13일 싱가포르 투아스 바이오메디컬 파크. 창이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50분(약 50㎞) 거리인 투아스 지역에 들어서자 기중기와 포클레인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머크샤프앤드돔(MSD) 알콘 등 다국적 제약사 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소독제 ‘베타딘’을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 먼디파마는 이날 생산시설 및 연구개발(R&D)센터 기공식을 열고 연말까지 1억싱가포르달러(약 860억원)를 투자해 7300㎡ 규모 설비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첫 생산 거점으로 싱가포르를 택한 것이다. 라만 싱 먼디파마 신흥국시장 사장은 “연구인프라 인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며 “아시아에 생산시설을 짓는 것은 싱가포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허브 된 싱가포르

세계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앞다퉈 싱가포르에 공장과 R&D센터를 짓고 있다.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관련 회사만 100여개에 달한다. 아시아 금융 중심지 싱가포르가 글로벌 바이오 허브라는 새 엔진을 장착한 것이다.

싱가포르는 2000년부터 정부가 앞장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을 유치했다. 법인세 최고 세율을 17%까지 낮추고 첨단 기술 선도 기업으로 선정되면 15년 동안 세금을 면제해주는 당근책을 내놨다.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투아스 지역에서 25㎞ 떨어진 바이오폴리스에 R&D센터 클러스터(집적단지)를 조성했다. 이곳에는 바이오 R&D를 전담하는 에이스타 연구소가 있다. 싱가포르대는 듀크대, 옥스퍼드대 등 해외 유수 대학과 함께 의대를 설립해 생명공학 교육을 강화했다.

2001년 50억달러이던 싱가포르의 바이오 생산액은 지난해 300억달러 규모로 급증했다. 바이오산업 종사자도 2만여명으로 같은 기간 세 배 늘었다. 먼디파마 기공식에 참석한 코포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장관은 “싱가포르 정부는 매년 40억싱가포르달러(약 3조4000억원)를 바이오산업에 투입하고 있다”며 “연구 인프라부터 인력까지 안정적인 지원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기업 유치 전략 없는 한국

한국 정부도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한 방안은 빠져 있다. 국내에 생산시설과 R&D 조직이 있는 글로벌 제약사는 단 세 곳에 불과하다. 생산시설은 타이레놀 등을 생산하는 얀센(경기 화성)과 조영제를 제조하는 바이엘(경기 안성)뿐이다. 사노피아벤티스는 대전에 연구원 8명을 둔 R&D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히는 인천 송도에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이 전무하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에 생산설비를 둔 다국적 제약사들이 높은 법인세, 불확실한 정책, 연구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철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역량 있는 글로벌 기업의 생산시설과 R&D센터를 유치하는 것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이동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싱가포르 지사장은 “글로벌 기업의 생산·R&D시설이 들어서면 관련 기술과 인력이 국내로 유입되는 등 순기능이 크다”며 “싱가포르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글로벌 제약사를 적극 유치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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