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심기 특파원)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하지만 내년 대선에 출마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 화법’을 이어갔다.
반 총장은 1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만찬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만나 “(사무총장) 임기가 아직 7개월 남아있다”며 “여러 가지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사무총장으로서 하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주 방한목적에 대해서도 “UN의 목적에 의한 것으로 정치인을 만날 계획이 없으며 가족과 만나 조용히 있다고 올 것”이라며 대권행보라는 일부의 시각을 강하게 부인했다.
반 총장은 그러나 이날도 향후 대선 출마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동안 반 총장은 한국 정치권에서 대선 후보로 거론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내 이름을 빼 달라”고 당부하며서도 정작 출마여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반 총장은 대신 이날 오전 열렸던 뉴욕 컬럼비아대학 졸업식 연설에서는 미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날 센 비판을 날렸다. 반 총장은 3분간의 짧은 연설에서 “인종차별과 증오, 특히 특히 정치인들과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데 대해 분노한다”고 일갈했다. 직접 거론하지 않았을 뿐 트럼프를 겨냥한 발언으로 참석자들은 받아들였다.
UN안팎에서는 반 총장의 이날 비판은 전날 트럼프가 전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파리기후협정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협정이고 미국에 좋지 않다”고 언급한 것과 연결짓고 있다. 약 10년간의 UN사무총장으로 이룬 최대 ‘치적’을 깎아내린데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해석이다. 반 총장은 이날 “우리는 역사적인 파리기후협정을 이뤄냈다. 이것을 살리는 데 힘을 합쳐달라”면서 “이 문제를 부인하는 정치인에게는 표를 주지 말라”고 말해 학생들로부터 환호를 받기도 했다.
반 총장은 이날 코리아소사이어티 기조연설에서는 북한을 ‘우려의 근원’으로 지목하면서 추가도발을 삼가하라고 요구했다. 반 총장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한반도의 긴장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부여한 의무를 지키고, 국제사회와의 협상에 돌아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외교적 접근”이라며 “다자협상으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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