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테크닙·미국 FMC 합병…세계 2위 '해양플랜트 공룡' 탄생

입력 2016-05-20 17:26  

Wide & Deep 글로벌 기업, 잇단 '메가 딜'

저유가 속 비용절감 위해 통합
주식 교환 '테크닙FMC' 설립
영국에 본사…조세회피 논란 일듯



[ 이상은 기자 ] 심해 유전을 찾아내 석유를 뽑아내는 해양플랜트 전문업체인 미국 FMC테크놀로지스와 프랑스 테크닙이 합병한다. 저유가 때문에 해양플랜트 수요가 줄자 비용절감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합치기로 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두 회사는 19일(현지시간) 주식 교환을 통해 ‘테크닙FMC’를 설립하는 동등합병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130억달러(약 15조4600억원)가량으로, 새 법인이 출범하면 세계 최대 석유개발회사 슐럼버거에 이어 세계 2위가 된다.

테크닙은 1958년 프랑스 파리에 설립된 해양플랜트 설계 및 시공 전문회사다. 국내 대형 조선사가 해양플랜트를 지을 때 테크닙 등에 설계를 맡긴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매출은 122억유로(약 16조2600억원), 법인세 등 차감 전 영업이익(조정 EBITDA)은 12억9240만유로였다.

1884년 설립된 스프레이 업체가 전신인 FMC테크놀로지스는 2000년 화학·농업회사 FMC코퍼레이션에서 분사해 나온 회사로, 堅?텍사스주 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다. 해저 장비·시스템 분야의 기술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63억달러(약 7조5000억원)였으며, 이 가운데 해저부문 매출이 71%에 이르렀다. 순이익은 약 3억9300만달러였다.

두 회사는 저유가 때문에 일감이 줄어 고전하고 있다. 유가 급락이 시작된 2014년 중반 이후 두 회사의 주가는 각각 반토막 났다. 양사는 합병으로 관리부문 규모를 줄여 비용을 아끼고, 더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설계·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존 그렘프 FMC 최고경영자(CEO)는 “해저 석유·천연가스 자원 개발은 대폭적이고 지속 가능한 비용 절감 요구를 받는 중”이라며 “이를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회사가 통합으로 2019년부터 약 4억달러의 추가 이익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사는 본사를 영국에 두기로 했다. 절세를 위해서다. 미국 회사인 FMC는 지금까지 21%, 프랑스 회사 테크닙은 29% 법인세율을 적용받았다. 영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20%로 이보다 낮다. 그러나 신생법인 테크닙FMC의 CEO를 맡을 예정인 더그 퍼르데히르트 FMC 회장은 “세금 문제는 주요 이슈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본사를 타국으로 옮겨 조세를 회피(세금 바꿔치기)한다는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반독점 이슈도 넘어야 할 산이다. 테크닙·FMC와 경쟁하는 미국 할리버튼은 경쟁사 베이커휴즈를 350억달러에 인수하려 했으나 미국 정부가 반대해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달 슐럼버거가 유사 업체 캐머런을 140억달러에 인수한 전례도 있다.

합병 소식이 전해진 뒤 테크닙 주가는 13% 급등했다가 상승폭을 6.3%로 줄여 마감했다. FMC 주가는 소폭 하락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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