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움직이는 판다들…보면 볼수록 힐링 되네
[ 청두=문유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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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의 성도인 청두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발길 닿는 대로 어느 곳을 가도 여행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없이 좋겠지만 혼자라도 아쉬울 건 없다. 판다기지, 무후사, 진리거리, 콴샹쯔거리까지 천천히 둘러보고 즐기다 보면 하루가 빠르게 간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촉(蜀)의 수도였고 삼국시대 때는 유비가 세운 촉한(蜀漢)의 수도였던 유서 깊은 도시는 여행자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매력적인 동물 판다와의 만남
청두에서의 첫 일정은 판다기지에서 시작했다. 해가 높게 솟은 한낮에는 판다의 활동량이 적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부산히 움직였다. 아침 일찍 판다들의 식사시간에 맞춰 도착하면 수많은 판다가 댓잎을 뜯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도 들은 터였다.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반, 대부분의 판다들은 식사를 마치고 이미 사육장 안으로 들어갔다. 보슬비가 내리는 아침, 대숲이 빼곡한 공원은 조용하고 평온했지만 여행자의 마음은 바빠졌다.
일껏 판다를 보러 왔는데 한 마리도 보지 못하고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분주히 발길을 옮겨 다녔다. 다행히 드넓은 기지 중간에 조성된 판다들의 놀이터에서 늦은 아침을 먹는 판다들을 만날 수 있었다. 누워 먹고, 앉아 먹고, 나무 위에 올라가 댓잎을 오물거리는 그 귀여운 모습에 절로 환호성이 터졌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많이 접해 이미 친근한 동물이지만 실제로 판다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들의 느릿하고 고요하고 능청스러운 움직임에 집중하다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에 붙어 있는 나쁜 찌꺼기들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축구공같이 둥근 모양의 움직이는 털북숭이들에게도 ‘영혼의 샤워’라는 오로라가 가진 비유가 고스란히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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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함과 친근함이 공존하는 무후사
청두는 삼국지의 중앙 무대가 된 지리적 특성답게, 한족의 문화와 역사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곳이다. 삼국지의 팬이라면 꼭 들러야 할 곳은 무후사(武侯祠). 공식 명칭은 한소열 ?漢昭烈墓)로 촉나라를 세운 유비의 무덤인 유비혜릉이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이곳을 무후사라고 부르는 것은 유비와 함께 합장된 다른 한 사람을 기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무후(武侯)라는 호를 가진 제갈공명이다. 무후사는 중국 전역을 통틀어 유일하게 임금과 신하를 합장한 형태의 사당이다.
엄숙해 보이는 붉은 기둥의 거대한 문을 지나 입구로 들어섰다. 중국 역사를 통틀어 중요한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모신 사당답게 입구부터 기운이 범상치 않다. 신록의 길을 따라 청나라 때 만들어진 촉한의 토우가 문신과 무신으로 나뉘어 서열 순으로 공봉돼 있다. 오른쪽에는 촉의 무신, 왼쪽에는 촉의 문신 토우 28기가 나란히 서서 마치 안쪽 중앙에 있는 유비의 사당을 지키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우리가 잘 아는 사자성어 도원결의(桃園結義)와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주인공인 유비의 사당 앞에선 사람들이 향을 들고 합장한 채 절하고 있었다. 마치 종교의식의 한 장면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동행한 가이드가 말했다. “중국인들에게 제갈공명과 유비는 신적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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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 대지진 때도 무사했던 유비의 묘
유비의 사당 좌우로 관우와 장비의 사당이 함께 있다. 그 뒤쪽으로 비로소 제갈공명의 사당인 무후사가 있다. 무후사에선 왕인 유비의 사당에서보다 더 많은 사람이 제갈공명을 기리고 있었다.
많은 후대의 사람들은 촉의 왕인 유비보다 인덕과 지혜를 갖춘 전설의 전략가를 더 존경하는 듯한 모습이다. 현판에 새겨진 명수우주(名垂宇宙)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이름이 온 우주에 널리 빛난다’라는 뜻으로 당나라 시인 두보가 무후사에 들러 제갈공명을 기리기 위해 쓴 시의 한 대목이다.
17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곳이라 엄숙한 분위기만 가득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리자. 사람들은 이곳에 마실 오듯 들러 봉헌하고 산책하며 평온한 시간을 보낸다. 특히 유비혜릉 주변의 숲길이 아름답다. 유비는 세상에 기세를 떨쳤던 데 비해 가장 작은 무덤을 가진 왕이다. 그것이 죽기 전 유비의 유지였다니, 후대의 존경과 사랑을 길이길이 받을 만하다. 묘를 두르고 있는 원형의 담이 인상적이다.
작은 벽돌을 촘촘하게 원형으로 두른 담은 지난 쓰촨 대지진 때도 무사했다. 선대의 기술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둥글게 설계된 벽에 정확히 들어맞도록 측량해 진흙을 굽고, 벽돌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올렸단다. 벽돌을 유심히 보면 각기 다른 이름이 드문드문 새겨져 있다. 벽공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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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의 시대 재현한 타임슬립의 길
무후사 인근의 진리거리는 촉나라 시대의 번화가를 재현한 상점가다. 서울의 북촌 같은 느낌이지만,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조성된 분위기다. 고풍스러운 건물 외관에 줄줄이 걸린 サ樗?이국적인 정취를 더한다. 거리는 활기로 넘친다. 청두와 쓰촨을 대표하는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상점, 야크 피부를 오려 잇고 채색해 만든 수공예 인형, 종이 공예품 등 다채로운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도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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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쓰촨성 청두 어떻게 가나요?
아시아나항공과 쓰촨항공이 청두 직항을 운항하며 비행시간은 4시간이다. 시간은 서울보다 1시간 늦다. 청두는 한여름은 피해 가는 게 좋겠다. 1년 내내 구름과 안개가 많아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든 데다 분지인 지형적 특성상 습기가 많다. 매운 음식으로 유명한 쓰촨지방의 성도인 만큼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이 많다. 특히 훠궈와 탄탄멘은 놓치면 후회한다. 판다기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panda.org.cn을 통해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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