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의 '자산관리 실험'…결과는 'A+'

입력 2016-05-22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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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3년만에 VIP고객 68% 증가…상품자산은 120% 급증

주식·채권·부동산 등 분야별로 고객자산 '맞춤형' 관리
제 발로 찾아오는 고객 늘어…인센티브는 팀별로 가져가



[ 허란/김우섭 기자 ] 자산관리(WM) 시장을 둘러싼 금융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신영증권이 업계 최초로 도입한 ‘PB(자산관리전문가) 팀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PB 한 명이 한 명의 고객을 상대하는 관례에서 벗어나 주식, 부동산, 세무 등 분야별 전문성을 갖춘 3~5명의 PB가 팀을 이루는 방식이다. 도입 3년 만에 관리자산 규모와 고객 수가 급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주요 고객 수 68% 증가

22일 신영증권에 따르면 2013년 4월 팀 자산관리서비스 도입 이후 3년간 고객들의 상품 자산 규모가 120% 증가했다. 상품 자산 규모는 금융회사 WM부문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척도다. 전체 수탁액에서 개별 주식에 투자해 달라고 맡긴 돈을 제외하는 방법으로 계산한다. PB팀의 서비스를 받은 고객 중 상당수가 주식 및 단기 현금성 자산을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랩어카운트 등 상품자산으로 바꿨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신영증권 투자자들은 전체 迷遠?70%를 금융상품에 넣고 있고 주식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맡기는 자금 규모가 커 이른바 ‘VIP’로 분류되는 주요 고객도 3년 새 68% 증가했다. 다른 증권사나 은행의 ‘워크인 고객(돈을 들고 직접 찾아오는 고객)’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권형진 신영증권 압구정지점장은 “은행에 비해 증권사 문턱이 높은 편인데도 지인 소개나 입소문을 듣고 직접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팀 자산관리제의 최대 강점이다. 신혜정 신영증권 압구정지점 팀장은 “1 대 1로 자산관리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PB 개인의 위험성향이나 주관이 묻어나지만 여러 명이 의견을 나누면 위험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게 된다”고 강조했다.

‘안면 영업’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 팀장은 “많은 PB가 아직도 고객과 저녁 술자리에서 쌓은 친분으로 영업을 하지만 팀 자산관리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며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신뢰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동반자 관계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인센티브도 팀별로

신영증권의 사내 교육시스템은 팀 자산관리서비스를 뒷받침한다. 3년 전 팀 자산관리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전 영업직원을 대상으로 분야별 특화교육을 했다. 모든 신영증권 PB들이 적어도 한 가지씩의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PB들은 교육과정 설계에도 참여한다. 전국 21개 대표 PB팀이 고객의 수요에 대한 보고서를 내면 이에 맞춰 커리큘럼을 변경한다. 신영증권의 사내 교육시스템은 지난해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단독기업형 ‘일학습병행제’ 인가를 받기도 했다.

팀 자산관리서비스가 다른 증권사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신영증권은 개인이 아닌 팀이 인센티브(성과보수)를 받는 구조다. 개인 인맥을 바탕으로 기존에 높은 인센티브를 받아온 PB 관점에선 이런 구조를 탐탁지 않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능력이 부족한데 좋은 팀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 것도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 잘못 운영하면 ‘스타 PB’들의 사기만 꺾어놓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팀별 성과제는 신영증권과 같은 오너 회사에서나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스타 PB들의 입김이 센 증권사에선 말도 못 꺼낼 것”이라고 말했다.

허란/김우섭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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