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산업부, 에너지공기업 재편 '마찰음'

입력 2016-05-2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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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공사 존폐 '핫이슈'

"불필요한 기능은 정리" 기재부, 강경 입장에
"현장 사정 모르는 얘기" 산업부, 신중론으로 맞서
최종안 마련 진통 겪을 듯



[ 황정수 / 이태훈 기자 ] 에너지공기업 기능 재편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마찰음을 내고 있다. 공기업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효율성’을 내세워 대대적인 기능 재편을 주장한다. 불필요한 기능이나 민간이 잘할 수 있는 부문은 과감히 정리하는 등 핵심 기능 위주로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에너지공기업을 직접 거느리는 산업부는 생각이 다르다. 기능 조정은 필요하지만 통폐합, 폐업 등 민감한 이슈에는 ‘밀어붙이기’ 식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대 경제부처 간 대립의 근저엔 공공기관 기능 조정 주무부처로서 성과를 내야 하는 기재부와 산하 공기업 존폐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산업부의 좁히기 힘든 입장 차가 존재한다. 정부가 예정된 기한(6월 말) 내 기능 조정 최종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쉽지 않은 부처 간 협의

정부가 논의 중인 에너지공기업 기능 조정안의 주요 내용?△해외자원개발 기능 통합 후 분리 매각 △한국전력 발전자회사 상장 △대한석탄공사 폐업 △원자력문화재단 폐지 △발전용 댐 관리 일원화 등 다섯 가지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대외적으론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속내는 다르다. 기재부의 일관된 입장은 ‘이참에 방만한 에너지공기업 사업 방식과 체계를 대폭 수술하자’는 것이다. 산업부 내에선 ‘기재부가 지나치게 앞서 나간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기재부 공격, 산업부는 방어

가장 뜨거운 감자는 대한석탄공사 존폐 여부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검토 중이고 결정된 게 없다’는 것이다. 기재부와 산업부 관계자들의 속내를 들춰 보면 ‘온도차’가 감지된다. 공기업이라도 부실이 쌓이고 존재할 가치가 떨어지면 폐업할 수 있다는 게 기재부 논리다. 산업부는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연탄 수요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탄광 감산과 폐광은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등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고 주장한다.

발전자회사 상장과 관련해서도 경영투명성을 위해 지분 20~30% 정도 상장은 검토할 수 있다는 기재부와 사회적 합의부터 우선시돼야 하기 때문에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산업부 주장이 맞서고 있다. 에너지공기업 기능 조정, 원자력문화재단 폐지, 발전용 댐 관리 일원화도 기재부가 이야기를 꺼내면 산업부는 ‘신중론’으로 방어하는 모습이다.

○격한 목소리도 나와

상대 부처 움직임에 격한 반응도 나온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는 현장 사정을 모른 채 재무제표만 들여다보고 일한다”며 “부채가 많으니까 없애고, 하나 떼어다가 다른 데 붙이면 된다는 식으로 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하기관의 존폐가 걸린 문제라서 그런지 산업부가 다소 예민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두 부처 간 이견에다 관련 공기업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 때문에 기능 조정 최종안이 다음달 말까지 도출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안팎에선 기재부와 산업부가 ‘상반기 내’로 예정된 발표 시점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전략이 들어간 최종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유가가 낮은 지금이야말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자원개발 투자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며 “에너지공기업 구조조정 때문에 투자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 된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원개발 투자는 20년 정도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정수/이태훈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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