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 증가 그치고 설비투자는 -3% 전망
"파견근로 범위 늘려 구조조정발 실업 해결을"
[ 김주완/이승우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지 모른다는 경고다. 그나마 올해 전망치 2.6%는 ‘최대치’에 가깝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이라는 대형 악재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이기 때문이다. 수출과 내수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다.
계속되는 수출 부진
KDI가 이날 내놓은 수정 전망치는 정부 예측(3.1%)보다 0.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와 국제기구의 전망치보다도 부정적이다. KDI의 비관적인 전망 중심에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수출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KDI는 올해 수출(물량 기준)이 1.0%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경제전망 때(1.8%)보다 1%포인트 가까이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중국의 급격한 구조조정,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기 급락이 발생하면 한국 경제 성장세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더 이상 3%대 성장률을 고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다음달 내놓을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통해 올해 전망치를 2%대로 하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갑지 않은 경상수지 흑자
KDI는 다만 경상수지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1050억달러에서 1103억달러로 늘어났다. 수출 증가에 힘입은 것은 아니다. 돈을 쓰지 않는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입이 줄어 경상수지 흑자 폭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구구조 변화로 내수 회복세가 더욱 둔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와 함께 내수의 양대 축인 투자 증가율도 대폭 하향 조정했다. KDI는 지난해 12월 전망에서는 올해 설비투자가 3.5%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번에는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부장은 “수출 부진으로 대외 수요가 둔화하고 산업 생산이 저조한 수준에 머물면서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소비 증가율은 2.5%에서 2.2%로 내려 잡았다. 저금리, 저유가 등 여건은 개선됐지만 기대수명 연장 등 구조적인 요인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주택분양 확대 영향으로 내년 건설투자 증가율은 5.0%에서 5.3%로 상향 조정했다.
“추경과 기준금리 인하 필요”
KDI가 이날 발표한 전망치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요인을 제외한 것이다. 김 연구부장은 “정부가 최근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뚜렷한 원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책임주의에 입각한 손실 부담과 최소 비용을 구조조정의 원칙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채권은행뿐만 아니라 부실기업의 주주, 경영진, 근로자 모두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재정과 통화 정책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김 연구부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기 위축과 실업 등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며 “경기 하방 압력을 줄이려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KDI는 또 파견근로 범위를 확대해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주완/이승우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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