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mortgage loans)이나 학자금대출은 차입자에겐 부채지만 대출은행엔 자산이다. 이 부채에 대해 차입자는 수(십)년에 걸쳐 일정한 금액을 매달 갚아나가므로 은행엔 미래 현금흐름이 (거의) 확정된 자산이다. 이 점에서 이 자산들은 채권의 범주에 든다. 이 자산들의 현금흐름이나 지분 우선순위 등을 변화시켜 투자자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어진 증권이 자산유동화증권(ABS: asset backed securities)인데 이들도 채권 범주에 든다. 원래의 자산들을 굳이 ABS로 만들려 하는 이유는 원자산보다 ABS를 더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은행 A(B)의 대출자산 a(b)의 1년 후 가치는 상황 1일 때 110원(100원), 상황 2일 때 100원(110원)이라 하자. a, b는 모두 위험자산이고, 이들의 1년 후 평균가치는 105원이다. 또 이들에 대한 요구수익률은 무위험이자율 2%에 위험프리미엄 3%가 가산돼 5%라 하면, a, b의 현재가치는 105÷1.05 = 100원이다. 그런데 ABS 전문가 C가 200원을 지불하고 A, B로부터 a, b를 매수한 후 두 자산을 합친 새 자산 c를 만든다 하자. c의 1년 후 가치는 항상 210원이므로 c는 안전자산이다. 그러므로 안전자산 c에 대한 요구수익률은 무위험이자율 2%만 적용돼 c의 현재가치는 210÷1.02 = 206원이다. 기초자산 a, b의 합 200원보다 이들로부터 만들어진 c, 즉 ABS의 가치가 더 크므로 C는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a, b의 미래 가치는 위 예에서보다 훨씬 더 불확실하여 z의 미래 가치 또한 여전히 불확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z 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은 ABS 전문가 C의 판단과 설득에 좌우된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집값이 계속 오를 때 은행들은 필요한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신용이 안좋은 사람들에게도 주택담보대출을 해줬는데 이것이 ‘서브프라임모기지(subprime mortgages)’이다. 이 악성주택담보대출들을 C가 사들여 다양한 ABS로 만든 후, 탐욕으로 눈이 어두워진 투자자들에게 그 가치를 과장해 판매했는데 이 과정에서 ABS 등급을 높이 매겨준 신용평가기관들의 부도덕한 행태도 한몫했다. ABS 등급을 잘 매길수록 C가 더 자주 등급심사를 의뢰하므로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년 후 이 차입자들이 대출금을 못갚게 됨에 따라 악성대출자산과 ABS 가치가 폭락한 사건이 바로 2007년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이다.
유진 <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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