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정현 기자 ] 중국 증시가 올 들어 침체되면서 국내 투자자의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 거래대금이 작년의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올 2분기 상하이종합지수가 3000대 중반까지 갈 것으로 예상한 증권사들조차 ‘비중 확대’를 주문하지 못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후강퉁 누적 거래대금은 총 1조54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6조4367억원)의 16.4%에 불과하다.
거래대금 규모도 급감하고 있다. 올 1월 4000억원에 달한 후강퉁 거래대금은 3월 2403억원, 4월엔 1716억원으로 줄었다. 이달 들어서는 16일까지 687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해 지난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처럼 국내 후강퉁 거래가 활기를 잃고 있는 것은 중국 증시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아서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6월12일 7년여 만에 최고점(5166.35)을 찍은 뒤 40% 넘게 빠졌다. 올초 네 차례 서킷브레이커(일시 매매정지)가 발동되는 폭락장을 겪은 뒤 지난달 3000선을 회복했지만 채 한 달을 못 버텼다. 지난달 19일(3042.82) 이후 3000선을 밑돌며 2800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실망도 크다는 후문이다. 2014년 11월 시행된 후강퉁을 통해 해외주식 관련 새로운 고객 확보와 수익원 창출을 기대했으나 올해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후강퉁 거래의 60% 이상을 점하는 삼성증권은 작년엔 중국 증시 활황에 힘입어 해외주식 중개 수수료 수익이 454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 1분기엔 29억원에 불과했다. 작년 동기의 102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1도 되지 않는 규모다. 해외투자 자산의 다변화로 올 들어 중국 외 지역투자 비중을 높이면서 그나마 실적이 선방한 결과다. 또 다른 국내 후강퉁 주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은 해외주식 중개 수수료 수익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은 중국 주식시장에 대해 ‘중립’ 투자의견을 내놓으면서도 향후 추가 조정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 시행과 중국의 MSCI 신흥국지수 편입 등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성장 탄력은 둔화했지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중국발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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