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국 통화가치도 '뚝'
[ 뉴욕=이심기 기자 ] 신흥국 증시와 상품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다음달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신흥국 위험자산에서 서둘러 빠져나오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2013년 미국이 양적 완화를 중단하면서 벌어진 ‘테이퍼링 탠트럼(긴축발작)’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음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신흥국 증시가 급락하고 원자재 가격이 추락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이달 들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2.57에서 25일 95.59로 4.3% 상승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최근 경기지표 호조와 함께 지난달 1%에 불과하던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확률을 32%로 높였다. 7월 가능성도 58%에 달했다. 향후 두 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한 번은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달러 강세는 신흥국에서의 자금이탈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증시 하락으로 이어졌다. MSCI 신흥시장지수는 이달 들어 6.2% 급락하며 올 들어 지수상승률이 뗌犬駕볜?떨어졌다. 신흥국 통화가치는 달러화 강세 정도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달 들어 콜롬비아 페소의 가치는 달러화 대비 6.8% 추락했고, 멕시코 페소와 터키 리라도 각각 7.1%와 5.1% 떨어졌다.
원자재시장 역시 충격을 받았다. 올 들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에 급등한 금과 은 가격은 이달에만 각각 5.1%와 8.1% 폭락했다. 금 현물 가격은 25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전날보다 0.2% 하락한 온스당 1223달러에 거래됐다. 장중 1217달러까지 떨어지면서 지난 4월6일 이후 7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WSJ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하고 원자재와 신흥국 통화에 롱(매수) 포지션을 취해온 투기세력도 회의적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높아졌지만 추가 상승이나 현재 가격대가 유지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시장이 다음달 금리 인상에 적응을 마쳤지만 문제는 신흥시장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증시는 다우지수가 최근 이틀간 350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등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장단기 금리 격차가 1%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지면서 트레이더들이 금리 인상의 충격을 미리 흡수하고 있다.
야드리 리서치는 WSJ에 “미국 경제는 금리 인상을 감당할 수 있더라도 나머지 다른 국가는 아닐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금리인상이 신흥국 금융시장의 긴축을 불러오면서 글로벌시장에 연쇄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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