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간판 IT기업의 엇갈린 행보
40만원대 UHD 촬영용 공개
최대 27분 비행 후 자동복귀
스마트폰·가전 등 사업 다각화
[ 베이징=김동윤 기자 ] ‘만물상’으로 통하는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이번엔 드론(무인 항공기)시장에 진출했다. 주특기인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드론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 샤오미의 전략이다.
샤오미는 지난 25일 베이징에서 신제품 설명회를 열고 촬영용 드론인 ‘미 드론(Mi Drone)’을 공개했다. 네 개의 프로펠러를 갖춘 미 드론은 장착된 카메라에 따라 풀HD 또는 초고화질(UHD)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최장 비행시간은 27분이며 전력이 부족해지면 자동으로 비행 시작 지점으로 돌아오는 기능을 갖췄다.
미 드론 가격은 가장 싼 모델이 2499위안(약 45만원)이다. 중국의 세계 1위 드론업체 DJI가 내놓은 비슷한 사양의 ‘팬턴3 어드밴스드’가 현재 4999위안에 팔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반값 수준이다.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은 이날 신제품 발표회에서 “미 드론을 처음 봤을 때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것을 느꼈다”고 자평했다.
2010년 설립된 샤오미는 애플 아이폰을 베낀 디자인의 스마트폰을 초저가에 판매하는 전략으로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 등을 제치고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그런 샤오미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발 빠르게 다각화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오포, 비보, 화웨이 등 경쟁업체 도전이 거세지자 TV, 공기청정기, 체중계 등 새 사업에 진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드론시장 진출 역시 스마트폰사업의 성장세 둔화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드론시장은 중국 남부 선전에서 창업한 DJI가 독보적인 점유율(60~70%)로 주도하고 있다. 샤오미는 그동안 스마트폰시장에서 쌓은 브랜드 파워와 가성비를 앞세워 DJI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전략이다. 알렉스 엔지 자오상증권 애널리스트는 “고사양 드론부문은 신규 사업자의 진입은 어렵지만 수익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39만대 정도로 예상되는 중국 업체들의 드론 출하량이 2019년 3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DJI 측도 샤오미의 드론시장 진출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DJI 대변인은 샤오미가 출시한 미 드론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면서도 “DJI는 시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 수준을 정기적으로 재검토한다”며 “현재 판매하는 제품 중 가격이 가장 싼 모델인 팬텀3 스탠더드는 소매가격이 2999위안”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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