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행사] 정부 "청문회법, 행정부 견제 아닌 통제"…여야, 재의결 놓고 충돌

입력 2016-05-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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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기로에 선 협치

사생활까지 침해 우려
황 총리 "위헌소지 있다"…여 "19대 끝나면 자동폐기"
야 "재의결 가능하다…헌재 권한쟁의심판도 검토"
헌법 학자들도 해석 분분



[ 유승호 / 김기만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청문회 활성화를 핵심으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가 본회의를 열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국회법 개정안은 법률로 확정된다. 그러나 29일 임기가 끝나는 19대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쟁점은 30일 임기가 시작되는 20대 국회에 이 법안을 재의결할 권한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권한에 대해 정부·여당과 야당의 주장이 엇갈린다.

헌법 제51조는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기타의 의안은 의결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않는다. 다만 국회의원 임기가 만료된 때는 그렇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결되지 않은 법안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이 조항을 근거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 역시 19대 국회 임기 내 재의결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고 보고 있다. 20대 국회가 재의결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브리핑에서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헌법 제51조의 단서에 임기 만료 후 안건이 폐기된다고 돼 있다”고 답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표단회의에서 “19대 국회의원들이 의결한 법안을 20대 국회의원들이 재의결하는 것은 국회법 등 법리에 맞지 않다는 판단”이라며 “19대 국회 일은 19대에서 끝내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국회사무처는 자동 폐기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

야당은 20대 국회에 재의결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헌법상 자동 폐기 조항은 의결되지 않은 법안에 적용되는 것으로, 국회가 이미 한 차례 의결한 국회법 개정안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거부권 행사 법안의 자동 폐기와 관련해) 명백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법안의 연속성을 감안하면 20대에서 재의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또 19대 국회 내 본회의를 열 수 없는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회법상 본회의를 열려면 소집 3일 전에 공고해야 해 29일 임기가 끝나는 19대 국회에서는 재의결을 위한 본회의 개최가 불가능하다. 더민주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정당한지에 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헌법학자들 의견도 엇갈린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한국과 비슷하게 거부권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에선 다음 국회에 재의결 권한이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반면 정연주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거부권이고 그에 대해 국회가 다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재의결 제도”라며 “헌법 정신과 취지를 생각하면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제헌국회 이래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74차례 있었다. 이 중 14건이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사라졌다. 그러나 임기 종료가 임박해 거부권이 행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치’도 기로에 섰다. 박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 간 지난 13일 회동을 통해 조성된 협치 분위기는 깨지고 20대 국회도 여야 대치 속에 시작될 전망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 법은 행정부 견제가 아니라 통제를 하겠다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고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황 총리는 “기업인과 일반 국민도 청문회 증인 또는 참고인이 될 수 있어 과도한 부담을 주고 사생활까지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이 총선 민의를 심각하게 왜곡해 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승호/김기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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