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중국해 항해 자유"…중국 군사패권 견제 한 목소리
부양책은 인식 차 뚜렷…일본 "재정확대" 영국·독일 "반대"
히로시마 찾은 오바마
'핵없는 세계' 메시지 발표…한국인 위령비는 찾지 않아
[ 서정환 / 박수진 기자 ]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27일 이틀간의 정상회의를 끝내고 채택한 공동 선언문을 통해 한목소리로 중국의 철강 공급 과잉과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비난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인식이나 재정·환율정책 등을 놓고선 이해관계가 엇갈려 다양한 목소리만 반영하는 데 그쳤다.
○일본이 주도한 중국 견제
G7 정상들이 공동 선언문에 중국을 거명하진 않았지만 세계 철강시장 문제를 명시한 것은 중국발(發) 공급 과잉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8억3000만t으로 세계 전체 생산량의 약 절반을 차지했다.
이런 중국이 자국 내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2013년부터 저가 수출에 나서면서 철강가격은 큰 폭 하락했다. 2012년 평균 t당 600유로이던 유럽 내 철강가격은 400유로로 20% 이상 떨어졌다.
중국이 야기한 철강가격 급락 여파는 고용시장으로 번졌다. 독일에서는 지난달 철강 근로자 1만6000여명이 철강업체 티센크루프 본사가 있는 뒤스부르크에 모여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도 타타스틸은 영국 공장 매각 방침을 밝히면서 현지 근로자들이 한때 구조조정 위기에 처했다.
G7 정상들은 공동 선언문에서 “정부 및 정부에 의해 지원된 기관으로부터 받는 (철강업계) 보조금과 그 외의 지원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유럽 철강업체가 어려운 것은 중국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수요 둔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G7 정상들의 이번 경고를 계기로 철강은 물론 전통산업의 설비과잉 문제가 국제적인 논쟁거리로 떠오를 것이라고 관측했다.
G7 정상들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을 견제하는 목소리도 냈다. 역시 중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공동 선언문에서 두 해역 내 항해 및 비행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제법을 준수해야 하고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 같은 중국 견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부양책은 각국 판단에
세계 경제를 놓고선 이견이 많았다. 아베 총리는 첫날 회의에서 준비한 참고자료를 제시하며 “세계 경제에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같은 위기의 전조가 있다”면서 재정 정책 확대에 공조할 것을 주장했다. 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신흥국 위험은 있지만 세계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위기라고까지 말하긴 그렇지 않으냐”고 반박했다.
공동 선언문에도 “세계 경제에 하향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재정 정책을 신속히 시행하고, 구조개혁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데 G7이 협력한다”고 명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구조개혁을 중시한 독일과 다음달 유럽연합(EU) 이탈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앞둔 영국이 재정 투입에 반대한 결과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나 경쟁적인 통화가치 절하, 그런 종류의 이웃 국가 궁핍화 정책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엔저(低) 유도 정책과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으나 일본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한국인도 원폭 희생자”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의 뒤 히로시마평화공원을 방문해 일본인 원자폭탄 희생자들의 위령비에 헌화하고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은 미국이 원폭을 떨어뜨린 지 71년 만에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량 핵무기를 가진 미국 등 국가는 공포에서 벗어나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만명이 넘는 일본인과 한국인이 이곳(히로시마)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한국인을 별도로 언급했으나 2분 거리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찾지 않았다.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도 하지 않았다.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73)을 비롯 ?10명의 히로시마 방문단은 이날 오전 “식민지 억압과 피폭이라는 이중 희생을 당한 한국인 피폭자 존재는 무관심의 그늘에 방치돼 있다”고 주장했다.
도쿄=서정환/워싱턴=박수진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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