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기업 인수·합병(M&A)은 인수 가격과 인력 운영 방식 등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간 다양한 이해 관계로 인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치열한 협상 과정을 거쳐 M&A가 마무리됐다고 해도 끝이 아닙니다. M&A 결정만큼 중요한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이 남아서죠.
M&A의 성공은 PMI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지난 3월 말 현대증권 인수가 결정된 KB금융지주도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테고요.
KB금융의 고민이 묻어나는 행사가 지난 27일 열렸습니다. KB금융이 경기도 용인에 있는 현대인재개발원에서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경영진간 첫 통합 워크숍을 진행했거든요. 첫 통합 워크숍인 만큼 현장 분위기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습니다.
워크숍이 시작된 직후에는 어색한 분위기를 감추기 어려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피인수 기업 경영진이나 구성원에게 인수 기업은 ‘점령군’이라는 인식이 강할 수밖에 없거든요.
워크숍 첫 번째 순서로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각 사장이 인사를 하고 임원들이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각 사의 경영 상태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고요. 이 때까지만 해도 서먹했던 현장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첫 번째 순서 직후 聘?시간이었습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발표장 밖에 준비된 휴식 공간에 들어서면서부터죠. 스탠딩 테이블에 놓인 커피와 과자 등을 들고 윤 회장이 삼삼오오 모여 있던 임원들 사이로 들어온 겁니다. 아무래도 각 사별로 임원들이 따로 모여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윤 회장의 등장으로 각 사 구분 없이 대화의 장이 마련됐습니다.
이어진 두 번째 순서는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에서 각각 사전에 진행된 ‘앞으로 원하는 통합 증권사 모습’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였습니다. 각 사의 설문조사 결과가 일치하는 부분이 예상 외로 많아 참석한 임원을 중심으로 “거 참 신기하네…”라는 목소리들이 나왔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발표 후 윤 회장도 “사랑하는 사람끼리 결혼해도 살면서 티격태격하는 일이 많은데, 기업이라는 조직이 결합하는 과정은 얼마나 더 힘들겠느냐”며 “그래도 각사의 정서가 비슷한 것 같아 조직간 결합이 잘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해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네 시간이 넘는 워크숍 이후에는 저녁 식사가 이어졌습니다. 메뉴는 한식과 ‘소맥’(소주+맥주)이었고요. 윤 회장은 워크숍을 마친 후 돌아가는 60여명의 모든 임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임직원들이 갖고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모아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KB금융은 1등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건네면서 집단 지성과 협업을 강조했습니다.
KB금융은 다음달 1일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KB금융 임직원으로 구성된 통합 추진단을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앞으로 통합 과정에서 윤 회장이 강조한 집단 지성과 협업이 어떤 식 막?발현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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