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외 상표출원 앞세워야 한류 혜택 누린다

입력 2016-05-30 17:43  

K브랜드 인기 편승 위조상품 급증
최대한 빨리 해외 상표권 확보해
'데드카피' '프리라이딩' 차단해야

최동규 < 특허청장 >



몇 년 전 아시아 전역에서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최근에는 ‘태양의 후예’가 큰 인기를 얻었다. 한류 열풍이 거세지면서 ‘K브랜드’ 인기도 고공 행진 중이다. 이런 인기와 함께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K브랜드를 도용하거나 모방한 위조상품도 증가해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홍삼이나 화장품은 제품이나 포장용기는 물론 보증서까지 그대로 위조하고 진품인 것처럼 ‘데드카피(짝퉁)’ 제품을 유통시키고 있다. 유명해진 한국 브랜드에 편승해 쉽게 돈을 벌려는 소위 ‘프리라이딩(무임승차)’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최근 부쩍 인기가 많아진 화장품·식품·의류 분야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인기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는 ‘설안수’로 판매되고 가격도 정품의 10% 수준밖에 안 된다고 한다.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에서 ‘치맥’ 열풍을 일으켜 국내 치킨업체들의 중국 진출을 활성화쳐戮립? 비슷한 브랜드 출현으로 당시 중국 진출 기업들은 거의 예외 없이 분쟁을 경험하기도 했다.

K브랜드를 해외 국가에 먼저 상표권으로 등록한 뒤 원래 주인인 국내 기업에 상표권 사용료나 양수를 요구하는 ‘상표브로커’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특허청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만 상표브로커에 의해 약 1000개의 국내 상표가 선점됐고 이와 관련한 350여개 기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O네 치킨’ ‘O성 한우’와 같은 국내 유명 상표가 중국 현지인에 의해 선점된 바 있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브랜드를 보호하는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최대한 빨리 해외 현지에서 상표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는 가장 먼저 상표를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선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상표권을 확보하면 위조상품이 등장해도 행정·사법적 대응을 통한 구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해외에서 상표 출원이 늦어 상표권이 선점당했다면 어떨까. 아주 드물게 이의신청, 무효심판, 소송 등의 절차를 거쳐 선점당한 권리를 무력화시키고 상표를 되찾을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우리 상표가 중국 내에서 널리 알려졌거나, 특수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상표권을 선점한 경우 등만 예외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국내 상표가 해외에서 선점당했다면 별도리가 없을 수 있다. 그냥 돈을 주고 그 상표를 매입하거나, 아니면 그 국가에서는 다른 상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특허청은 해외에서 우리 기업의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우리 기업이 해외 진출 전에 현지 상표?확보해 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중국 태국 등에 설치된 11개의 해외 지식재산센터(IP-DESK)를 통해 현지 상표 출원, 세관 상표 등록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 30개의 지역지식재산센터를 통해 중소기업의 비(非)영어권 브랜드 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상표권 분쟁이 발생하면 신속한 초동 대응이 가능하도록 현지 지식재산권 전문가를 통한 법률자문, 컨설팅 등을 하면서 해외 상표 브로커에 의한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해외 상표권을 취득하는 일이다. 상표권이 없다면 데드카피도 프리라이딩도 그냥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최동규 < 특허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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