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하향 평준화' 막기 포석
중국계 업체간 경쟁 될 듯
[ 정소람/유창재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30일 오전 10시56분
ING생명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인 MBK파트너스가 국내 유력한 인수후보이자 전략적 투자자(SI)인 교보생명을 인수 후보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교보 측이 제시한 가격과 매각 측 희망가격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ING생명은 중국 보험사로 넘어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23일부터 진행해온 ING생명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최근 마무리하고 인수의향서(LOI)를 낸 후보 중 교보생명을 우선 탈락시켰다. 교보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입찰자들은 이번주부터 두 달간 예비 실사를 한다.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는 이어 오는 8월께 본입찰을 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예비입찰에서 낸 가격이 매각 측 희망가에 현저히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와도 차이가 컸던 것으로 안다”며 “별도의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 선정 없이 나머지 예비입찰자만을 상대로 매각 절차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측이 조기에 교보생명을 후보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본입찰 가격의 ‘하향 평준화’를 미리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이 예비 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서도 “2조원 이상은 힘들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매각가로 3조~4조원 수준을 기대하는 상황에서 유력 후보로 꼽히는 국내 SI가 ‘2조원 이하’를 공언하고 다니는 것이 입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건전성 규제 때문에 교보생명이 단독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법은 국내 보험사가 신규로 다른 회사 주식을 사들일 때 자기자본의 60%나 총자산의 3% 내에서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교보생명이 ING생명 인수전에 쓸 수 있는 자기 자본은 약 1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최종 인수에 성공하려면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유력 인수 후보이던 교보생명이 제외되면서 향후 ING생명 인수전은 중국계 후보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중국계 대형 보험사인 차이나라이프, 안방보험, 타이핑생명, 핑안보험을 비롯해 중국계 사모펀드 JD캐피털이 예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국내 SI 한 곳, 유럽계 SI 한 곳도 LOI를 제출했지만 자금동원 능력과 인수의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IB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정소람/유창재 기자 ram@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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