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안정·예측 가능성 중요
신뢰 잃으면 존재가치 없어
[ 최종석 기자 ] 노동위원회는 노동 관련 사건을 심판하거나 노사분쟁을 조정하는 곳이다. 위원장이 장관급으로 다른 행정심판위원회보다 위상이 높다. 주된 기능 중 하나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가려주는 판정이다. 노동위원회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으로 구성된다. ‘변호인 역할’을 맡는 노사 위원들이 사안별로 팽팽히 맞서는 일이 많기 때문에 ‘판사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 판정이 중요하다. 공익위원의 자격요건을 법률로 까다롭게 정하는 이유다.
공익위원은 판사 검사 변호사 노무사 등 노동관계법 전문가라고 해도 7년 이상의 경력이 요구된다. 노사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도 갖춰야 한다. 공익위원 후보자들은 노사단체가 순차적으로 배제하는 절차를 거쳐 위촉된다. 자신들과 다른 주장이나 소신이 있는 인물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노사 균형을 꾀하는 것이다.
노동위원회는 미국 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노동 관련 다툼을 법원을 통해 처리하는 것보다 신속성 경제성 전문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기 때문에 탄생했다. 소송과정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고려할 때 노동위원회를 통하는 것이 근로자의 권익 구제에도 유리하다. 부당해고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이 노동위원회에 접수되면 90일 이내에 사건이 처리된다. 여러 해 소송이 진행되는 법원에 비해 신속하다. 그동안 노동법원 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런 이유로 노동위원회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위원회가 원활하게 기능하려면 심판기능이 잘 작동돼야 한다. 전문성을 갖춘 심판위원들이 내린 판단에 대해선 노사 당사자들이 승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위원회 판단에 대해 노사가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많다. 지방노동위원회 초심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뒤에도 이의가 있으면 행정법원에서 3심을 거친다. 노동사건이 5심제(고법, 대법 포함)로 운영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소송 제기율은 최근 수년간 줄곧 30% 선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위원회 기능 가운데 신속한 판단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법원과 마찬가지로 노동위원회는 판정문을 통해 법 규정의 해석 기준을 제시한다. 산업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을 미리 방지하는 기능이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사이, 같은 위원회 안에서도 위원 성향이나 사건에 따라 판정 결과가 엇갈린다면 당사자가 판정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게 된다. 비슷한 사례에 대해 산업 현장의 분쟁을 조장할 수 있다. 소송으로 이어져 비용과 시간만 더 들어가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노동위원회의 존립 이유가 흔들리고 만다.
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판정 결과가 오락가락한다면 포퓰리즘과 같다. 선수 보호가 역할인 심판이 인기를 좇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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