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비쌀수록 세금도 많아
[ 김대훈 기자 ]
2005년 화요 출시 초기 세 명에 불과했던 영업직원들은 필설로 못다 할 냉대를 받았다고 한다. 도매상과 식당을 중심으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지만, 기존 소주의 일곱 배 이상인 가격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업주들의 핀잔만 들어야 했다.
고급 증류주를 표방한 화요의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던 이유는 종량세 대신 종가세를 채택한 주세정책 때문이다. 종가세는 술의 가격(원가×세율)에,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알코올 용량×도수 세액)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가령 도수와 용량이 같은 3000원짜리 희석식 소주와 3만원짜리 증류식 소주가 있다면 종가세에선 증류식의 세금이 열 배 비싸지만 종량세를 적용한다면 똑같다.
결과적으로 현행 종가세는 화요처럼 비싼 술에 불리하게 돼 있는 것이다. 희석식 소주병이 상대적으로 값싼 규사 소다회 등으로 만들어진 ‘초록병’ 일색인 이유다. 화요는 한국이 종가세 대신 일본식의 종량세를 도입할 경우 1만1000원가량인 화요 25도(이마트 375mL 기준)인 소매가가 20~30% 떨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서민용 소주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세제 개편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기존 주류업계는 연 3조원의 세수(3조927억원가량)를 입금하는 ‘큰손’이다.
정부가 종량세를 도입하면 주류시장이 저도수 고급주 위주로 재편돼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정부로서는 쉬운 선택이 아니다. (주)화요에 종량제 전환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는 아직 먼 미래의 얘기일 뿐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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